아사히 ‘한국 초저출생’ 1·3·9면 보도…“ 남의 일 아냐”

아사히 ‘한국 초저출생’ 1·3·9면 보도…“ 남의 일 아냐”

아사히신문은 29일 “한국에서 이례적인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1을 밑도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1면과 3면, 9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갈무리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연간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인 0.72명으로 하락한 것과 관련해 일본의 주요 언론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원인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아사히신문은 29일 “한국에서 이례적인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1을 밑도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1면과 3면, 9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저출생의 배경으로 △장시간 노동 △여성에게 치우친 육아 부담 △수도권 집중에 따른 주택비 상승 △학력 사회와 과도한 교육열 등 여러 요인이 겹쳐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과도한 경쟁이 일본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신문은 “한국에선 서울 유명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이라는 가치관이 뿌리 깊다”며 “그 좁은 문을 목표로 부모에게 과도한 압박이 가해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축구·태권도 교실에 갔다가, 다시 영어·피아노·미술 교실을 다니는 등 부모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학원을 전전한다고 소개했다.

경제적 부담도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을 망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서울 거주 30대 여성은 이 신문에 “결혼이나 출산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나 하나도 살기 힘든데, 아이까지 책임지기 버겁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국에선 서울의 대학이나 기업을 목표로 한 경쟁이 치열하고, 주택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비혼이나 출산을 꺼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의 인구가 50년 뒤에는 약 30%가 감소한다는 추계도 있다”고 보도했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에서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2006~2021년 약 2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가 없어, 저출산의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이대로 가다가는 연금제도의 파탄이나 노동력 부족에 직면할 뿐 아니라, 군인이 부족해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출생은 일본도 심각하다며 한·일 모두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한국만큼 급격하지는 않지만 2022년 합계출산율이 1947년 이후 역대 최저인 1.26명까지 떨어졌다”며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도 출산율이 좀처럼 향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선 한·일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저출산은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의 반영”이라며 “아이를 가질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장래에 희망이 없으면 선택지는 좁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평등이나 개인의 다양한 삶이 존중받고 있는지 등 사회의 존재를 되묻고 있다.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한·일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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