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여성 징병제가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며 남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3일 진단했다. 군 복무 경험을 중요시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한국에서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쟁이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21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글이 올라오며 29만명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가 집계하는 젠더 격차 지수에서 지난해 146개국 중 105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 등용 등 젠더 정책에 힘을 쏟았으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대 남성층이 강하게 반발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2년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면서 많은 20대 남성의 지지표를 얻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자라고 밝힌 35세 남성은 “군 복무로 오랜 기간 희생했는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여성만 우대되고 있다”며 “지금의 병역제도는 남성에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과해야한다는 논쟁이 촉발된 배경에는 급격히 진행되는 저출산 문제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남성만으로는 병력 충원이 어려워지면서 어려워지면서 안보상 문제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 병역 문제가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문화를 조성했다고도 분석했다. 한국 전문가인 이토 히로타로 캐논 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소속 부대에 따라 사회적 평가가 달라지는 등 한국에서는 연장자를 중심으로 병역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이는 남성 중심적 문화로 이어졌으며 한국 특유의 마초이즘”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오늘날 청년들은 과거와 달리 남녀 격차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남·북 관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던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평화가 찾아왔는데 왜 징병제를 계속해야되느냐는 불만이 나왔다. 병역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는 사회에 진출해도 군대 문화가 잔존해 있다면서 한 25세 재일교포 남성의 인터뷰도 실었다. 이 남성은 일본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주변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대를 선택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에서는 군 복무가 ‘보이지 않는 시민권’이라고 규정했다. 군 복무를 이행해야 비로소 국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획득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나이 불문하고 군대 이야기 꽃을 피우는 남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군대에 가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송태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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