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50m 앞에 데이터센터…고양시 덕이동 갈등 왜?

아파트 50m 앞에 데이터센터…고양시 덕이동 갈등 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ㄷ아파트의 한 가구에서 내려다본 데이터센터 건립 부지 모습. 주민 제공

지난 22일 찾은 경기 고양시 덕이동 ㄷ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이 아파트와 약 50m 떨어진 공터에서 한창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를 겨냥한 선전물이었다. 데이터센터는 지에스(GS)건설 계열사인 마그나피에프브이(PFV)가 지난해 건축 허가를 받아 올해 상반기에 착공했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 이곳에는 연면적 약 1만7000㎡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데이터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모아 관리하는 곳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의 필수 시설로 꼽힌다. 특히 최근 디지털서비스·전자상거래 기업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에만 수도권에서 7곳의 데이터센터가 건축 승인을 받았다.

아파트 50m 앞에 데이터센터…고양시 덕이동 갈등 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한 아파트 단지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준희 기자

문제는 주민들이 데이터센터가 주변에 들어오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전자파와 소음, 열섬 현상, 고압선 매립에 따른 건강 위협이다. 업계는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하지만, 24시간 365일을 가동해야 하는 시설물 특성상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문제가 된 덕이동 데이터센터 사업지는 반경 500m 안에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만 5000가구에 이른다.

고양시는 “적법한 절차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민간에서 건축 허가를 요청한 사안이고 법적 절차를 거쳐 승인한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승인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고양시는 지난 2일 주민설명회를 열어 전자파, 소음 등에 대한 실증 자료를 제시하고 유·무해성 여부에 관해 설명하려고 했지만, 몰려든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설명 기회를 갖지 못했다.

주민들은 고양시가 주민과 대화 없이 ‘불통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용준 ㄷ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앞서 고양시로부터 어떤 설명도 없었고, 지난 1월에야 뒤늦게 지역 시의원이 건립 사실을 알게 돼 알려왔다”며 “시가 주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를 어떤 말도 없이 추진해놓고 이제 와서 설명회를 연다고 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여러차례 문제가 됐던 데이터센터 건립을 아무런 사전 의견수렴 없이 추진한 것을 문제 삼는다. 실제 앞서 경기 시흥과 안양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이 주민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시에서는 공공사업이 아니라서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기피시설로 분류되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서 어떤 소통도 하지 않은 것은 소극 행정의 전형”이라고 했다.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립 갈등을 계기로 고양시 곳곳에서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조짐이다. 일산동구 사리현동 벽제초등학교 인근에서도 지난해 8월 데이터센터 건립이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것이 확인돼 지역 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현재 고양시에서는 덕양구 향동동, 일산동구 사리현동·식사동·문봉동 등 5∼6곳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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