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송해에 "동생"…'계단도 척척' 100세 노인, 신분 세탁한 60세였다[뉴스속오늘]

故 송해에

11년 전인 2013년 3월 5일. 복권을 위조해 당첨금을 수령한 혐의로 98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경찰은 100세 가까운 노인이 저지른 범행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위조된 복권이 정교하다는 점에 의심하기 시작했다. 또 남성은 노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계단을 빠르게 오르는 등 나이에 비해서는 꽤 건강한 모습이었다.

과거 유사 사건을 검색한 경찰은 남성이 신분을 속여 살아온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안모씨로 드러난 남성의 나이는 60세였다. 그는 어떻게 38세 더 많은 노인으로 신분을 세탁해 살 수 있었을까.

노인 외모에 목사도, 법원도 깜빡 속았다…노령연금 등 2200만원 수령

안씨의 사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대였던 1970년대부터 복권 위조 범행으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유사한 범행을 반복해 저지른 탓에 매번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빠른 시간 내에 체포됐다.

안씨는 유가증권위조죄로 복역하다 2004년 출소했다. 그는 노숙 생활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나이를 90대라고 소개했다. ‘나이가 많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법적 신분을 세탁하겠다고 마음먹고 사람들을 속이기 시작한 것이다.

안씨는 노숙자들에게 무상급식 봉사를 하던 충북 청주 한 교회 목사에게 접근해 “올해 90세인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

그는 백발에 흰 수염까지 누가 봐도 90대 노인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했고, 치아는 다 빠져버린 상태였다. 깜빡 속은 목사는 안씨의 출생신고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안씨는 목사의 도움으로 2006년 새로운 나이와 이름을 받고 법적으로 90대 노인이 됐다. 법원이 허가한 출생 연도는 1915년생으로, 실제 자신의 나이보다 38살 더 많았다. 친아버지보다도 5살 더 많은 나이였다.

안씨는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구청에 방문할 때 신분을 숨기려고 손가락 끝에 강력접착제를 발라 지문을 훼손했다. 2009년 3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그는 가짜 신분을 이용해 약 4년간 기초노령연금과 장수수당, 기초생계비 등 총 2200만원을 수령했다.

‘전국노래자랑’ 97세 최고령 출연자로 출연…故 송해에 “동생”

故 송해에

90대 노인으로 새 삶을 살기 시작한 안씨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대담하게 행동했다.

2012년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 97세 최고령 참가자로 출연했던 안씨는 건강 비결에 대해 “욕심부리지 않고 알맞게 먹고살면 되는 거야.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면 건강할 수 있지”라고 밝혔다. 당시 MC였던 송해에게는 ‘동생’ 호칭까지 쓰며 너스레를 떨었다.

무대 곳곳을 뛰어다니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무대를 선보인 안씨는 인기상을 받았다. 유명세를 탄 그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나이에 비해 젊은 외모와 건강을 자랑했다.

하지만 안씨는 결국 덜미를 잡혔다. 새로운 신분을 얻었음에도 복권 위조 범죄를 끊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의 가짜 인생은 2013년 경찰에 체포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2012년 12월 청주시 복권 판매점 6곳에서 위조된 연금복권이 발견되자 수사에 나섰다. 주인들은 “예전에 ‘전국노래자랑’에 나왔던 90대 노인이 위조 복권을 갖고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해 안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경찰은 복권 상태가 고령 노인이 위조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안씨가 계단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는 점을 수상하게 여겼다.

故 송해에

과거 유사 사건을 검색한 경찰은 1999년 주택복권 수백장을 위조해 구속된 40대 남성이 있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또 동종 전과자를 조회한 결과 전과 7범인 60세 남성의 범행이 노인의 범행과 수법이 똑같다는 것도 알아냈다. 사진상 외모도 비슷했다.

경찰은 지문 조회를 통해 경찰서를 찾은 노인이 과거 복권 위조 범행을 저질렀던 안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안씨는 신분 확인 없이 당첨금 수령이 가능한 5만원 미만 당첨금 복권을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새 신분을 얻고 4년간 복권 위조로 챙긴 당첨금은 47만원이었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분 위조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 송치 이후에는 “안씨는 내 양아들”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유가증권위조와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씨는 결국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주민등록도 말소당했다.

출소하고 또 ‘1억원’ 복권 위조…”내 나이는 100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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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의 신분 세탁극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2015년 출소한 그는 여전히 1915년생으로 살면서 범행을 이어갔다. 주민등록 말소로 수입이 없었던 안씨는 2018년 2월 청주시 서원구 한 복권 판매점에서 위조된 즉석 복권을 또다시 제시했다가 꼬리를 밟혔다.

이전에는 소액 복권을 위조해왔지만, 당시에는 1억원 당첨금 복권을 위조했다. 안씨는 판매점 주인이 복권의 일련번호로 진위를 파악하자 그대로 도주했고, 노숙 생활을 하던 중 경찰에 검거됐다.

청주지법은 안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그의 항소를 기각했다. 안씨는 법정에서 “내 나이는 100살”이라며 “공소장에 나온 60대 남성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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