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더 그리운 가족'…설날 도심 곳곳 '추모 차례상'

'명절날 더 그리운 가족'…설날 도심 곳곳 '추모 차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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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10일, 가족의 품 대신 거리의 농성장에 남은 유가족·노동자 등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분향소에 각자 모여 ‘거리 차례상’으로 애끓는 한을 달랬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3시쯤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떡국 나눔 행사를 열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그리움을 나눴다.

검은 패딩을 입고, 보라색 목도리를 두른 유가족 30여 명은 한줄로 줄지어 이동하면서 분향소 안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여다봤다. 가족의 사진 앞에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한참을 머무르고,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기도 했다.

합동분향소 차례상에는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바나나·딸기·체리·닭강정·오렌지주스 등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명절날 더 그리운 가족'…설날 도심 곳곳 '추모 차례상'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설날인 10일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떡국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나채영 수습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설날인 10일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떡국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나채영 수습기자

고(故) 김의현씨의 누나 김혜인(33)씨는 “원래는 집에서 명절을 보냈겠지만, 이제 가족이 여기 있고 또 가족 같은 다른 유가족과 시간을 보내고자 분향소에서 차례상을 준비했다”며 “시민들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참사가 일어난 후 1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유가족들에게 이번 설 연휴는 한층 더 힘겹기만 하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가족들은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맞이하는 설날인데 유가족들에게는 명절이 아무런 감흥이 없다”며 “유가족들이 정서적으로 메말라가고, 힘들어하도록 내버려두는 정부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분노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그나마 유가족이 버틸 수 있게 힘껏 옆에서 지지해 준 많은 시민께 감사하다”며 “비록 초라하지만 조그만 정성을 다해서 같이 음식을 나누고자 한다. 유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싸울 수 있게 격려의 말씀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명절날 더 그리운 가족'…설날 도심 곳곳 '추모 차례상'

설날인 10일 오전 10시쯤 택시 완전월급제 등을 주장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고 방영환씨를 위한 차례상이 준비됐다. 나채영 수습기자

설날인 10일 오전 10시쯤 택시 완전월급제 등을 주장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고 방영환씨를 위한 차례상이 준비됐다. 나채영 수습기자

앞서 이날 오전 10시쯤에는 비정규직노동자의집 ‘꿀잠’이 지난해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방영환씨를 모시는 서울 강서구 분향소를 찾아 택시 노동자들과 함께 차례상을 차렸다. 분향소는 방씨가 소속됐던 회사 관계자의 자택 앞에 세워졌다.

이날 방씨의 영정 사진 앞에 그가 좋아했다는 생선과 나물·사과·배·떡·한과 등을 올려놓고 20여 명의 동료 등이 차례로 절을 했다.

방씨는 1인 시위를 227일째 이어가다 지난해 9월 26일 오전 회사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분신 열흘 만인 지난해 10월 6일 사망했다.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방영환 열사가 돌아가시고 해를 넘기고 명절이 되도록 장례도 하지 못하고 있어 참담하다”며 “택시 자본이 많은 곳에서 택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노동자들이 더 죽지 않도록 함께 싸워나가겠다는 마음을 모아 차례를 지내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김종현 택시지부장은 “(방씨가) 지난해 추석을 며칠 앞두고 분신했는데 이렇게 설 명절까지 길바닥에서 보낼지는 생각도 못 했다”며 “많은 동지가 와 주셔서 방 열사가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남은 투쟁이 잘 마무리될 때까지 택시지부가 앞에서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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