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반감기 앞두고…"14조 날릴 판" 채굴업체 '초비상'

오는 20일 전후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를 기점으로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이 연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 인공지능(AI) 업체들과의 전력 확보 경쟁까지 겹치면서 채굴업체들의 ‘생존 게임’이 본격화할 거란 전망이다.

이번 반감기를 거치면서 하루에 채굴될 수 있는 비트코인 수가 900개에서 450개로 줄어들면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암호화폐 채굴업계는 연간 약 10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들면 채굴 난도는 높아지고, 난도가 오르면 업계 채산성은 떨어진다. 암호화폐 웹사이트 비티씨닷컴에 따르면 2020년 있었던 세 번째 반감기 이후 현재까지 비트코인 채굴 난도는 6배가량 상승했다.

반감기 때마다 채굴 보상은 줄어들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며 비용을 상쇄한 덕에 채굴업체들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과거 세 차례의 반감기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매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일 발표된 JP모간체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마라톤디지털홀딩스, 클린스파크, 라이엇플랫폼즈 등 뉴욕증시에 상장된 14개 주요 채굴업체의 시가총액 총합은 1400억달러(약 194조원)에 이른다.

이들은 단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초고속 컴퓨터 활용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신규 장비에 투자했고, 소규모 채굴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암호화폐 연구기관 더마이너맥(TheMinerMag)에 따르면 전체 암호화폐 채굴업계에서 상장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마땅한 자금 조달 통로가 없는 나머지 80%의 민간 업체들은 수익성이 하락할 때면 채권을 발행하거나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는 식으로 버텨 왔다.

이번 네 번째 반감기의 경우 AI 업체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특징이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채굴에 필요한 전력을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됐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채굴업계에선 전력 업체와 다년 계약을 맺고 전력을 고정된 값에 공급받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비교적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갖춘 빅테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기존의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채굴업체들에 투자하는 비트코인오퍼튜니티펀드의 공동 경영 파트너 데이비드 폴리는 “전력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AI 업체들은 작년에 채굴업체들이 지불했던 수준의 3~4배를 기꺼이 부담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력 확보 경쟁에서 패배한 소규모 채굴업체들은 파산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비트코인 하락기 때 이미 많은 채굴업체들이 도산했고, 당시 이들 업계가 진 빚은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된다. 코인셰어즈의 매튜 킴멜 애널리스트는 “반감기를 기점으로 하룻밤 새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각 채굴업체의 전략적 대응 방식에 따라 생존 여부가 극명하게 갈리게 될 것”이라며 “미래 채굴 수익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벌써부터 채굴업체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이들 기업에 대한 공매도 총액은 약 20억달러에 이른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6만1000달러대까지 급락했다가 현재 6만5000달러대까지 회복된 상태다.

장서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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