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 마지막 수술"…의대교수 무더기 사직 현실되나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2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대교수가 교수연구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04.22. [email protected]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 빈 자리를 두 달 넘게 메워오고 있지만 물리적·체력적 한계를 넘고, 정부를 향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서 병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마지막 보루’인 의대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25일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에 반대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날로,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앞서 각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사직서를 취합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낸 후에도 병원을 지켜왔지만, 최근 환자들의 전원을 준비하거나 이미 예약된 진료와 수술 일정이 마무리되면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지난달 28일부터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직 희망일이 8월31일로,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시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공지하고 있다.

해당 안내문에는 서울 강북(3곳)과 강남(3곳), 경기(7곳), 지역병원(9곳) 내 전원이 가능한 병원들이 소개됐다. 이들은 “소변검사 이상, 수신증 등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께서는 인근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에서 진료받으시다가 필요 시 큰 병원으로 옮기셔도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 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외래 진료와 수술을 대폭 조정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병원 진료 전반의 업무를 도맡고 있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인 데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더는 못 버티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빅5’ 병원의 소화기내과 A 교수는 “간·췌장암 환자의 경우 중증도가 높아 입원 환자들이 많다”면서 “혼자 30명 가량의 환자들을 다 진료하다 보니 외래 예약으로 들어오는 신규 환자는 아예 진료를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간 당직 후에도 외래진료와 검사, 수술을 해 36시간 연속 근무는 물론이고 전공의들이 하던 항암 주사 바늘을 꽂고 빼고 복수를 빼고 콧줄(비위관)을 삽입하는 등 갖가지 업무를 하느라 병동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면서 “25일이 되면 끝난다. 예약된 수술까지 마무리하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전께 사직서를 낸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약속된 수술 환자들을 진료한 후 이달 말께 떠날 것”이라면서 “원래 내달 10일 정도 병원을 떠날 생각이었지만, 그 때까지도 못 버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에게 있어 사직하는 것보다 더 센 저항은 없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배경에는 절대적인 인력 부족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진료 차질로 겪게 되는 무력감도 작용하고 있다. 최 교수는 “전공의 사직 전후 수술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특히 장시간 많은 인력이 달라 붙어 환자를 돌봐야 되는 고난이도 수술은 기존의 절반 이상으로 더 많이 줄었고,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한 지도 오래됐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대 증원 규모를 산출하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만이 사태 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 의료 서비스 이용율과 목표량 등 수요 조사는 물론 의사 유입 및 유출 현황, 인공지능(AI) 도입 등 미래 의료 환경의 변화, 의대 교육 환경, 미래의 정책적 변화 등 공급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해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형식적 요건과 사전 절차가 있어야 사직이 수리되는데 아직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당장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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