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방심’ ‘박현경의 의심’ 그리고 ‘주말 골퍼의 욕심’ … 타수 까먹는 ‘골퍼의 적’ 3심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우즈의 방심’ ‘박현경의 의심’ 그리고 ‘주말 골퍼의 욕심’ … 타수 까먹는 ‘골퍼의 적’ 3심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박현경.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18번 홀(파4).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의 티샷이 295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사뿐히 떨어졌다. 이때까지 버디 5개, 보기 5개로 이븐파를 기록하던 우즈에게 아마도 이런 마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아, 오버파는 안 치겠구나.”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풀어 놓아 버린다는 ‘방심(放心)’이 생긴 것이다. 버디를 노리며 친 샷은 터무니없이 오른쪽 나무 사이로 날아가더니 러프에 떨어졌다. 천하의 우즈가 초보 아마추어 골퍼에게서나 나올 법한 섕크를 낸 것이다. 날아간 거리는 고작 71야드에 불과했다. 결국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우즈는 1오버파로 1라운드를 마쳤고 2라운드 도중 독감을 이유로 기권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 전설’ 진 사라센은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라는 명구를 남긴 바 있다. 방심이란 골퍼의 심리를 제대로 간파한 골프 명언이라고 할 것이다. 가장 잘 맞은 샷 후에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우즈의 방심’ ‘박현경의 의심’ 그리고 ‘주말 골퍼의 욕심’ … 타수 까먹는 ‘골퍼의 적’ 3심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타이거 우즈.

골프하다 보면 정말 온갖 원하지 않는 마음이 시시각각 심장을 오고 가며 골퍼를 흔들어 놓는다. 18홀을 도는 데 변하는 그 마음의 종류는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일 것이다.

특히 사람의 심장 모양을 본뜬 글자 ‘마음 심(心)’이 들어간 것들이 많다. 골퍼의 스코어를 망치는 대표적인 마음들인데, 방심도 그중 하나다.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이라는 의미의 ‘의심(疑心)’ 역시 골퍼의 스코어를 갉아 먹는다.

라운드 중 물을 건너 샷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평소라면 충분히 건널 수 있는 거리라고 할 지라도 물이란 방해물이 있으면 온전한 스윙을 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자신의 스윙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면 더욱 미스샷 확률이 높아진다.

이럴 때도 있다. 50㎝ 내리막 퍼팅이 남았다. 경사가 심하기는 하지만 홀 중앙을 보고 똑바로 친다면 무난히 들어갈 거리다. 하지만 혹시 경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의심은 골퍼의 불안한 마음을 어찌 잘 아는지 꼭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작년 가장 회자한 우승은 박현경이 SK네트웍스 ·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30개월 만에 정상에 오른 걸 것이다. 아홉 번의 준우승 끝에 찾아온 우승이었다. 그 우승 후 박현경은 “그동안 아홉 번 준우승하면서 내가 그렇게 기회를 잘 못 잡는 선수인가 하는 의심이 들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의심을 넘었을 때 우승도 찾아온 것이다.

‘우즈의 방심’ ‘박현경의 의심’ 그리고 ‘주말 골퍼의 욕심’ … 타수 까먹는 ‘골퍼의 적’ 3심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박현경.

주말골퍼에게는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낸다는 뜻을 가진 ‘욕심(欲心)’이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버디가 보기 된다’는 표현도 욕심을 경계한 말이다. 버디 기회가 왔을 때 욕심이 나지 않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은 3퍼트를 낳고 버디는 어느 순간 보기로 돌변한다.

하지만 욕심 없는 골프는 오히려 무미건조할 수 있다. 욕심이 없다면 설렘도 없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욕심도 있어야 한다.

다만 자극을 깨우는 좋은 욕심을 부려야 한다. 의욕을 부르는 욕심이다. 하지만 조바심을 부르는 나쁜 욕심 ‘과욕’을 부리면 안된다.

이제 곧 추위가 가고 파릇파릇한 새싹과 함께 골프 시즌도 돌아온다. ‘욕심’ ‘의심’ ‘방심’의 세 가지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2024년 골프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오태식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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