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김다빈 기자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산업단지 등이 조성되는 지역의 임대아파트 중심으로 전세 계약 만료 등으로 발생한 잔여 가구 임차인을 추가로 모집하지 않고, 분양 물량으로 바꿔 파는 곳이 부쩍 늘었다.
경기 불황에도 교통·개발 호재로 주택 수요가 증가해 임대 사업보다 분양으로 전환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사업성에서 낫다는 건설사들의 판단에서다.
14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충남 아산시 ‘배방 우방아이유쉘 1단지’는 최근 잔여 가구에 대한 임차인을 모집하지 않고 선착순 동·호수 지정을 통한 분양을 결정했다.
단지는 519세대 규모로, 2단지(1267가구)와 함께 아산시 1호 민간임대아파트로 분류된다. 4년 전세 계약을 마친 후 분양을 희망하는 이들은 살던 곳을 분양받을 수 있다. 2022년 1월 입주가 시작된 가운데 입주 후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퇴거하는 등의 이유로 잔여가구가 발생했고, 이를 최근 분양하기로 했다. 전용 78㎡형 분양가는 2억1200만원 정도로, 2015년 입주한 단지의 전용 84㎡형 시세가 3억1000만~2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아산시 임대아파트 ‘탕정 삼성트라팰리스’도 주인 없는 가구의 임차인을 모집하지 않고 분양을 결정했다. 단지는 2009년 삼성전자가 회사 임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임대아파트다. 임차인들은 일정 기간 전세 거주한 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분양을 받지 않고 중도 퇴거한 44가구가 발생했고, 이를 청약 모집으로 분양하기로 했다. 지난 8~9일 1·2순위 청약에 나선 결과 총 1만792건이 접수되며 407.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형 분양가가 2억2000만~3000만원대로 10년 전 최초 분양가와 동일하게 책정된 점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아산시 임대 단지들이 분양 전환에 나선 배경으로 이 지역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삼성의 투자 발표·대규모 택지개발 호재·GTX-C 연장 등 수혜로 2021년 8만명이던 인구가 지난달 9만129명으로 급속도로 늘어나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에 자금 회수가 용이하고 수익성이 높은 분양 전환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이유로 지난달 개통한 GTX-A 최대 수혜지 경기 화성시에는 아예 민간임대단지 건립 계획을 취소하고 일반 아파트로 사업을 바꾼 곳도 나왔다.
‘화성동탄2지구 C-18블록’이다. 대방건설은 당초 이 구역에 민간임대아파트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를 짓기로 하고 화성시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지난달 일반 분양 아파트로 사업안을 변경했다. GTX-A 개통 전인 올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화성 집값이 이달 첫째 주 0.11% 오르는 등 증가하고 있는 주택 수요 공략에 나선 것이다.
최근 임대아파트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사업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고물가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 최근 임대단지 보증금이 시세에 비해 저렴하지 않아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하는 서울·수도권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면초가’에 놓인 건설사들이 돌파구로 분양 사업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퍼스트’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힐스테이트 동탄 포레’ 등은 우수한 입지에도 비싼 임대보증금으로 여전히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다. 은평 디에트르 전용 84㎡형 임대보증금은 6억2000만~9000만원, 힐스테이트 동탄 포레의 같은 평형 보증금은 3억8000만~4억3000만원이다. 모두 시세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불황으로 임대아파트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서울, 수도권 전세가 상승도 이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 안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가 임대 단지의 보증금을 시세에 비해 낮춰야 수요도 뒤따를 건데 최근 공사비 등이 올라 쉽지 않다”며 “여기에 건설경기도 부진해 당분간 저렴한 임대아파트 공급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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