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경선 ‘지지 후보 없음’ 급증…가자전쟁 불만에 바이든 ‘비상’

미시간 경선 ‘지지 후보 없음’ 급증…가자전쟁 불만에 바이든 ‘비상’

27일 미국 민주당의 대선 프라이머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말고 ‘지지 후보 없음’에 기표하라는 운동을 벌여온 조직 참여자들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디어본/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미시간주에서 각각 진행된 민주·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예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 지지층 상당수가 ‘지지 후보 없음’을 선택하며 반란표를 던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벌어지는 전쟁이 대선 행보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현실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새벽 현재 72% 개표 상황에서 81.4%를 득표해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3.0%)과 딘 필립스 민주당 하원의원(2.8%)을 상대로 압승했다. 그런데 ‘지지 후보 없음’이 12.7%에 달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당 대선 후보 선출이 당연시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시간주 프라이머리 결과는 가자 전쟁을 놓고 당내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를 두고 주목을 받아왔다. 아랍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그가 참상을 멈추기 위해 휴전을 추구하지 않고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을 계속한다며 ‘지지 후보 없음’을 선택하라는 운동을 벌였다.

‘지지 후보 없음’ 선택 비중은 민주당 지지층의 불만이 상당함을 확인시켜줬다. 이전 세 차례 미시간주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를 택한 이들이 각각 2만명 정도였다. 이번에는 72% 개표 상황에서 7만7천여명에 달했다. 뉴욕타임스는 아랍계가 많이 사는 미시간주 디어본에서는 이 운동을 전개한 이들이 개표 결과를 보고 춤추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미시간주는 아랍계 인구 비중(2.1%)이 가장 높은 주로, 이들의 선택이 경합주인 이곳의 승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곳이다. 아랍계가 21만명 사는 미시간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15만4천표 차이로 따돌렸다. 당시 아랍계의 약 70%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이제 아랍계 상당수가 등을 돌리면 그는 미시간주를 잃을 수 있다.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시간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불과 1만여표 차이로 이겼다. 미국 대선은 6~7곳의 경합주들 중 단 1곳이 누구한테 넘어가느냐가 전체 승부를 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아랍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시간주에 지역구가 있는 데비 딩겔 민주당 하원의원은 “젊은 사람들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바라고,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투표 결과를 놓고 유권자들에게 사의를 표하는 성명을 내놨지만 ‘지지 후보 없음’ 운동은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3% 개표 상황에서 68.1%를 득표해 26.7%에 그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크게 눌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20%포인트가량 앞서며 경선 5연승을 기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 전 대사의 고향이자 그가 두 차례 주지사를 역임한 곳으로, 이곳 승부를 통해 공화당 경선은 사실상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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