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냐, 이탈 장기화냐’ 연휴 고비…대화 문 열지 촉각

‘전공의 복귀냐, 이탈 장기화냐’ 연휴 고비…대화 문 열지 촉각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이 되자, 소수의 전공의가 환자 곁으로 돌아갔다. 전공의 다수가 병원으로 돌아갈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 집단행동이 확산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지는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처분을 예고한 3월 4일 이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주요 수련병원 100곳(전체 전공의 95% 근무)의 서면보고를 집계한 결과, 28일 오전 11시 기준 근무지를 이탈했다 돌아온 전공의는 294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 7시 기준 100곳 전공의 가운데 사직한 이들은 9997명이며 그중 근무지 이탈자는 9076명이었다. 서울 대형병원 전공의 ㄱ 씨는 “2020년처럼 함께 움직이는 게 아니고 진료과마다 상황이 달라 복귀자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어렵다”며 “우리 과엔 복귀한 전공의가 없다”고 전했다. 정부도 복귀 움직임이 아직 본격화된 건 아니라고 본다.

일부 전공의들의 복귀엔 지도교수 설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교수는 “인력이 부족해 교수도 힘드니 돌아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정부 사이에서 교수 그룹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도 “(전날 복귀 호소문 등을 낸) 수련병원장보단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는 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증원 폭 조정 여지를 열어놓지 않으면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늦은 오후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10명 미만의 전공의를 만나 3시간여 동안 대화를 했다. 박 차관은 앞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94명에게 모임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이 문자를 동료에게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마지막까지 (전공의들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와 의사 단체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경우 진료 차질과 환자 피해 심화는 불 보듯 뻔하다. 병원을 이탈하지 않았던 레지던트 말년(3·4년) 차 대다수가 2월 말 근로계약이 끝남에 따라 병원을 떠나며, 전임의(펠로우) 중에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전공의 ㄱ 씨는 “지금은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미뤄놓은 것이라, 누적된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면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전공의들의 선배이자 스승인 교수들의 행보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3월 4일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법적 처분을 시작하면 이들의 선배 의사나 교수까지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가 모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1~26기 회장 20여명 가운데 15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정부는 (전공의) 여러분을 위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개선할 수 없음을 안다”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선 “(건강보험) 수가 인상은 병원에 대한 보상이지 의사 노동자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라며 “의사 노동자가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사법리스크 해소와 적절한 보상을 즉시 지속적으로 현실화하라”고 요구했다.

한편으론, 극렬한 대립에서 빠져나와야 의료 취약지와 기피 진료과목 의사 인력의 공백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공의·의대생 목소리도 나왔다.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인스타그램 계정엔 이날 “시민이 중심에 서고, 의료인·정부는 시민을 도와 앞으로의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지금 국면을 풀어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글이 게재됐다.

박현정 기자 [email protected] 임재희 기자 [email protected] 김윤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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