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수사 의뢰···과열되는 국민의힘 경선

고발·수사 의뢰···과열되는 국민의힘 경선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혁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4·10 총선 공천을 위한 경선이 27일 고발·수사 의뢰 등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앞서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경고 3회 이상을 받으면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지만, 진행 중인 여론조사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론전’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경북 김천에서 재선 송언석 의원에게 도전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송 의원이 26일 500명 이상 참석한 한 행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마이크를 잡고 축사를 진행하던 중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했다”며 “관련 제보 영상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했고, 선관위로부터 ‘위법으로 판단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당 공관위에도 제보했다며 “송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더라도 선거법 위반으로 최종 결정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강력한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전 90일부터는 의정활동 보고를 금지한다.

송 의원 측은 입장문을 내고 “김 전 차관 측이 ‘선관위가 송 의원의 의정활동 홍보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당내 경쟁 후보에 대한 명예훼손과 비방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선관위가 송 의원 발언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이날 밤까지 김천을 포함한 전국 24개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2차 경선을 진행 중이다. 여론조사는 서울 강남3구와 영남·강원은 당원 50%·일반 유권자 50%,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과 충청·호남·제주는 당원 20%·일반 유권자 80%를 반영한다.

앞서 실시한 1차 경선지 중 2곳은 과반 득표 후보가 없어 1·2위 간 결선이 실시되고 있다. 서울 양천갑에서는 조수진 비례대표 의원이 구자룡 당 비상대책위원을 전날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당 공관위에도 신고했다. 선거법상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주민자치위원인 A씨가 메신저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구 비대위원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올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 비대위원은 이날 경향신문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A씨가) 누군지 모르고 저와 상관 없는 일이다. 저의 선거 관련자도 아니다”라며 “결선 한복판에서 네거티브(를 펴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전 유성갑에선 진동규 전 유성구청장이 ‘지역 음식점에 배포되는 한 신문이 이달 초부터 경선 상대인 윤소식 전 대전경찰청장만 일방적으로 선전한 내용을 제작해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윤 전 청장을 검찰과 선관위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윤 전 청장 측은 해당 매체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경선 지역에서도 후보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초선 김희곤 의원과 권영문 전 부장판사, 서지영 전 국민의힘 총무국장이 3자 대결 중인 부산 동래에선 서 전 국장이 김 의원에게 ‘현역 의원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김 의원이 정치 공세라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대구 수성갑에서 주호영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주 의원이 “양지에서 5선을 했다”며 험지에 출마하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경기 성남분당을에서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맞붙은 김민수 당 대변인은 김 전 수석에 대한 인식공격성 홍보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공관위가 자신에 대한 경고를 내리자 전날 “여론조사가 돌고 있는 오늘, 이러한 경고 조치 기사가 남발되는 것이 공정한 경선이 맞느냐”고 반발했다. 김 대변인은 지지자 등 1200여명이 모인 메신저 단체대화방에 자신과는 무관한 누군가가 온라인상에 떠돌던 ‘내로남불 끝판왕 등장’ ‘경기엄마 코스프레하는 미쿡(미국)엄마 김은혜’ 등이 적힌 이미지를 올린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으나 공관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동혁 당 사무총장은 이날 “경선에 돌입하면서 후보 간 고발 등이 많이 생기는 등 과열되는 것 같다”며 “공관위는 고발·문제제기한 내용을 일일이 다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은 “모든 사안에 대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공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적절치 않다”며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면 여러 사정을 검토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email protected], 문광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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