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침체에… 국내 배터리 ‘불황의 터널’ 들어가나

전기차의 수요 둔화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점유율 역성장에 이어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잇단 부진을 겪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약 92.4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27.0%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은 23.8%로 전년 동기 대비 1.2% 하락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SK온은 올 1∼2월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이 4.2GWh로 전년 동기보다 0.3Wh 하락하면서 -7.3%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부진은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주요 공급사가 판매하는 전기차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SDI는 국내 3사 중 가장 높은 47.4%(5.2GWh)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가 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 현상인 ‘캐즘’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배터리 3사의 1분기 실적도 어두울 전망이다. 지난 5일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15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 감소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21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SK온은 올해 1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지난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했으나 달성 시점이 연이어 미뤄지고 있다.

반면 중국 배터리 기업이면서 세계 1위인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44.9%(35.5GWh)의 성장률로 올 1∼2월에도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의 경우 지커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뿐만 아니라 테슬라 모델 3·Y, BMW iX, 메르세데스 EQ 시리즈, 폴크스바겐 ID 시리즈 등과 같은 전 세계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며 유일하게 3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CATL은 최근 GM과 기술 라이선스 방식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