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發 고금리에 고환율까지…당국, 연이틀 구두개입 안간힘

한일 첫 공동경고음에 고환율 멈칫…국민연금 환헤지 ‘1,410원선 안전장치’

고물가·고금리 부담 더 커져…빈약한 재정 탓 경기 부양 ‘부담’

연준發 고금리에 고환율까지…당국, 연이틀 구두개입 안간힘

일본 재무장관 만난 최상목 경제부총리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고물가·고금리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가 움츠리는 모습이다.

반도체 경기를 지렛대 삼아 내수 회복에 전력을 다하던 정부는 환율 급등이 거시경제를 옥죄는 악재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외환당국은 이례적으로 연이틀 구두 개입에 나서며 환율 진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동 불안, 탄탄한 미국 경기 등은 당분간 환율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發 고금리에 고환율까지…당국, 연이틀 구두개입 안간힘

원/달러 환율 비상

◇ 연이틀 구두개입…일본과도 ‘한목소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17일 미국 워싱턴 DC 세계은행에서 만나 최근 원화와 엔화 통화 가치가 급락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일 재무수장이 공동으로 외환시장 급변동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기재부·한국은행이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선 데 이어, 또다시 시장에 강한 경고음을 보낸 것이다.

전날 장중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90원 안팎에서 움직이다 1,386.8원으로 마감했다. 이틀 연속 이어진 구두개입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 중인 무역 수지는 달러화 공급을 늘려 향후 환율을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지난 2022년부터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작년 6월 이후 흑자를 내고 있다. 고환율은 수출품의 가격을 낮춰 무역 수지 개선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400억 달러 규모의 ‘국민연금 환 헤지’도 시장에서는 환율 급등을 억제하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에 나서는 환율은 1,410원선을 소폭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일정 기준선에 이르면 기계적으로 시장에 달러가 쏟아져 환율 변동성을 줄여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뚜렷해진 강달러 기조로 당분간 고환율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환율은 에너지 등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이다.

연준發 고금리에 고환율까지…당국, 연이틀 구두개입 안간힘

휘청이는 코스피

◇ ‘내수 부진’ 덮친 고환율…경기불황·감세에 정책수단 ‘난망’

정부는 고물가·고금리로 내수 부진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환율’이란 예상 밖의 악재까지 겹치자 매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당장 고환율로 에너지 등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이미 과일·채소 중심으로 상승한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고, 미국 경기 호조세로 강달러 기조도 뚜렷해지면서 고금리 기조도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물가상승률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미국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인하 신호를 아직 보내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고금리·고물가에 이어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3중고’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당장 내수 부양에 동원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빠듯한 재정 사정은 줄지 않은 한은 일시 차입금 규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은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32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으로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다.

정부가 국내외에서 이례적으로 연이틀 ‘구두 개입’에 나서며 환율 변동성 차단에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런 위기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mail protected]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