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관객…'천만' 두 편에도 갈 길 먼 한국영화

달라진 관객…'천만' 두 편에도 갈 길 먼 한국영화

영화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엔데믹 이후에도 관객들의 극장 나들이가 줄면서 한국 영화 부진이 이어지고 영화 제작마저 위축된 사이 OTT 시리즈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박스오피스 매출 12억 4000만 달러(한화 약 1조 6586억 원)로 세계 극장시장에서 박스오피스 기준 매출 규모 9위를 차지하며 지난해와 비교해 32.8%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의 국민 1인당 관람 횟수 역시 전년도 2.19회 대비 소폭 증가한 2.44회로 나타났다. 2023년 데이터 추산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관람 횟수는 전 세계 8위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 2614억 원으로 2022년보다 8.7% 증가했고, 전체 관객 수는 1억 2514만 명으로 10.9%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 등 천만 영화가 2편이나 나오고 외국 애니메이션의 이례적인 흥행으로 2023년 전체 매출액과 관객 수가 증가하면서 2년 연속 연 매출액 1조 원을 웃돌았다. 연 관객 수 역시 2년 연속 1억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023년 전체 매출액은 2019년의 65.9%, 전체 관객 수는 2019년의 55.2%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결과에는 ‘양극화’가 있다. 한국 영화는 두 편의 ‘천만 영화’라는 성취를 이뤘지만, 흥행 양극화 심화로 나머지 한국 영화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매출액과 관객 수가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 매출액은 5984억 원, 관객 수는 60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326억 원), 3.3%(204만 명) 줄었다. 한국 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6.9%P 감소한 47.4%, 한국 영화 관객 수 점유율은 전년 대비 7.1%P 감소한 48.5%로 집계됐다.

 

반면 일본 영화는 애니메이션 흥행에 힘입어 역대 최고 일본 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 영화 매출 점유율은 전년 대비 10.5%P 증가한 14.2%, 관객 점유율은 전년 대비 10.2%P 증가한 14.1%였다.

 

달라진 관객…'천만' 두 편에도 갈 길 먼 한국영화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과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포스터. CGV 제공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과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포스터. CGV 제공이처럼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한국 영화 침체로 인해 극장들은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만들기에 나섰다.

 

극장들은 관객 소비 행태에 발맞춰 관람 환경은 물론 시스템의 변화와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극장 수와 스크린 수가 증가한 데 비해 좌석 수가 감소했고, ‘체험’과 ‘경험’에 더욱 방점을 찍고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려는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영화 특수상영 매출액은 1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9%(52억 원) 증가했고, 관객 수는 1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22.3%(21만 명) 늘었다. 아이맥스와 스크린X가 주를 이루는 ‘콘서트 실황 영화’가 흥행하면서 지난해 한국 영화 전체 특수 상영 매출액과 관객 수가 집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2023년 상반기 전례 없던 외국 애니메이션 흥행으로 한국 영화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시기에 개봉해 스크린 수 146개에도 매출액 61억 원(관객 수 25만 명)을 기록했다.

 

달라진 관람 행태는 영화와 OTT 시리즈물 간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진위가 국내외 주요 OTT의 한국 오리지널 영화 및 시리즈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OTT 오리지널 한국 영화는 총 34편으로 집계됐다.

 

영진위는 “코로나19 기간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극장 개봉 대신 OTT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들이 늘어났으며 점차 극장과 OTT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OTT의 강세는 제작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전국의 촬영 지원 편수는 769편이었으며, 지원 일수는 4289일이었다. 2019년 이후 지원 편수는 지속해서 증가하다가 2022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상세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TV 및 웹드라마’가 138편으로 장편 극영화 122편을 역전한 이래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는 동안 장편 극영화 제작은 위축됐으나, 방송 및 OTT 시리즈 제작은 오히려 활발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지난해 한국 극장가는 산업의 불황 속에서도 ‘범죄도시3’ ‘서울의 봄’ 등 ‘천만 관객’ 두 편이 등장하고 관객 수 1억 명을 넘으며 극장 산업 회복에 대한 기대를 한껏 키웠지만, 표면적인 회복세 속 팬데믹 이전 대비 절반 수준의 극장 회복이라는 아쉬움을 남긴 한 해였다.

 

영진위는 “더욱 심화한 박스오피스의 양극화와 함께 ‘중박 흥행’ 영화를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미뤄온, 흔히 ‘창고 영화’로 불린 작품들이 하나둘 선보여 실질 개봉 편수는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향후 1, 2년간 개봉이 예정된 작품들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이러한 상황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투자 작품의 수익률과 회전율이 떨어져 신작에 대한 투자 축소 분위기마저 팽배하기 때문”이라며 “어쩌면 한국 영화의 최대 위기로 평가되는 현재보다 미래의 전망이 더욱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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