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 99% 수입 의존 ‘전자총’ 국산화 성공

전기연, 99% 수입 의존 ‘전자총’ 국산화 성공

한성태 박사(가운데)를 비롯한 KERI 연구진이 전자빔 용접기의 심장인 ‘전자총’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한성태 박사(가운데)를 비롯한 KERI 연구진이 전자빔 용접기의 심장인 ‘전자총’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응용연구본부 한성태 박사팀이 99% 이상 수입에 의존했던 ‘전자빔 용접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총’ 핵심 기술을 국산화 개발했다.

 

산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용접’은 각종 금속 소재를 서로 녹여 붙이는 작업이다. 기존 용접이 아크(방전시 발생하는 스파크)나 레이저에서 나오는 열을 활용했다면, 전자빔 용접기는 전자의 운동에너지로 소재를 서로 붙인다. 즉, 전자빔이 쏘여지면 높은 전압으로 가속된 전자가 용접물에 충돌하면서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키는데, 이때 생긴 고열로 용접물을 서로 접합시키는 원리다.

 

전자빔 용접의 장점은 기존 용접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두꺼운 소재의 무결함 접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기기 제작이 필요해지고, 특히 우주항공이나 방산, 원자력 등 특수 목적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전자빔 용접기’가 요구되고 있다. 2021년 발사된 누리호 발사체의 연소기에도 특수강 소재와 부품을 흠결 없이 붙이기 위해 전자빔 용접기가 활용됐다.

 

전자빔 용접은 아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그동안 독일과 일본 등으로부터 관련 장비의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입한 용접기를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국내 첨단기술이 유출될 위험도 있다. 이를 해결한 KERI 한성태 박사팀의 성과는 전자빔 용접기의 핵심인 ‘전자총’과 ‘구동전원 시스템’의 국산화를 달성한 것이다.

 

전자빔 용접기는 전자총의 가속 에너지가 높을수록 소재 내부로 열원을 침투시킬 수 있는 정도가 크다. KERI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버금가는 높은 출력(60kW)과 가속전압(120kV)을 자랑한다. 웬만한 두꺼운 대형 소재·부품 가공에 거의 다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고성능 장비 개발을 위해 20년 이상 축적해 온 고전압 기술을 토대로 전계·자계 구조의 최적화, 전압 불균형 최소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실을 맺었다.

 

전기연, 99% 수입 의존 ‘전자총’ 국산화 성공

전자빔 용접기의 심장인 ‘전자총’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KERI 연구팀

전자빔 용접기의 심장인 ‘전자총’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KERI 연구팀

이번 성과를 통해 우리나라도 해외 의존 없이 전자빔 용접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래를 선도할 12대 국가전략기술의 대부분이 전자빔 용접을 필요로 하는 만큼, 관련 산업 발전과 장비 수입대체 효과, 기술유출 방지 등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ERI 한성태 박사는 “산업이 고부가가치 분야로 옮겨감에 따라 고정밀도와 양질의 용접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전자빔 용접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한 제품도 많아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고성능 전자빔 용접기만이 가능한 맞춤형 첨단 원천 장비를 국내 기술로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길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전했다.

 

기술과 관련한 특허 출원과 해외 논문 게재까지 완료한 KERI는 꾸준한 연구를 통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초대형(176kV 이상) 대전류(500mA 이상) 전자총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고강도가 요구되는 복잡한 금속 구조물의 3D프린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자빔 용접 활용을 위해 금속용융, 소재경화, 표면처리, 코팅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어기술도 확보한다는 목표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이번 연구는 산업부 과제인 ‘첨단장비 사업의 산업기술 챌린지트랙’을 통해 진행됐으며, ㈜한라이비텍, 한국기계연구원 부산기계기술연구센터 레이저실용화연구실, 부경대학교가 함께했다.

서명수 기자 [email protected]

ⓒ중앙SUNDAY(https://www.joongang.co.kr/sunda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