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Fed에서 열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 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Fed에서 열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 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금리 벨트’를 형성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온 주요국들이 올해 들어 통화정책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적인 여건보다는 자국의 경제 상황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어서다.
경기 침체에 직면한 유럽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영국이 금리 인상기 이후 처음으로 적극적인 금리 인하 의지를 내비쳤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의회에 출석해 “금리를 내리기 전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목표 수준(2%)까지 떨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며 그 전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점차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다. 영국은 지난해 3ㆍ4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시점도 관심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4월이나 6월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독일은 지난해 4분기(-0.3%)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5일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27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에서 0.9%로 석 달 만에 하향 조정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예상보다 강한 경제에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20일 시장 이코노미스트 104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53명(50.96%)이 첫 기준금리 인하 시기로 6월을 꼽아 5월 전망(33명ㆍ31.73%)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부터 매월 설문을 진행해왔는데 첫 인하 시점이 3월에서 5월, 또 6월로 미뤄진 것이다. 앞서 1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이 재차 반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상반기까지는 동결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데다 월가 일각에선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을 확인한 후 7월 이후에나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뉴질랜드와 일본은 올해 1ㆍ2분기 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뉴질랜드의 CPI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7%로 목표 범위(1~3%)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민자 유입으로 임대주택 수요가 커지면서 인플레 압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JP모건은 지난 12일 공개한 투자자 노트에서 캐나다, 호주 중앙은행이 다른 글로벌 중앙은행들보다 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2016년부터 유지해온 마이너스 금리 여파로 지난해 연간 CPI가 3.1%를 기록했다. 올해 춘투(임금 협상) 시작을 계기로 소비심리 개선세가 확인되면서 3ㆍ4월 중 기준금리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임스 매킨타이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는 데는 각국 중앙은행의 연대가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이탈자가 생기는 것도 불가피하다”며 “개별 국가의 상황이 통화정책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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