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장발장 은행 은행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20일 오후 열린 ‘고 홍세화 시민사회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당신의 고난에 빚지며 한국의 근대가 조금은 부끄럽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수줍고 겸손한 미소에 기대 한국의 오늘이 조금은 근사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지. 잘 가십시오, 선생님.”(송경동 시인)
‘영원한 아웃사이더, 고 홍세화 시민사회 추모제’가 열린 20일 저녁 6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홍세화, 그리고 그가 한국 사회에 전한 태도와 사유를 기리는 시민으로 가득찼다. 이들은 120석 가량의 자리를 가득 메우고 통로와 문밖까지 줄지어 선 채로 추모영상을 보고 추도사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다가 이내 소리 내 흐느꼈다. 홍세화처럼, 더 낮은 자리에서 소박한 삶을 다짐했다. 한국 사회에 ‘똘레랑스’를 전했던 작가, 언론인, 활동가, 정당인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은 지난 18일 별세했다.
그의 55년 벗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추도사에서 “그의 망명생활 20년 그 서러움을 우리가 다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나오고도 ‘꼬레’(한국)에는 올 수 없던 시절 일본까지만 가서 구두끈을 매다가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며 “이후 (한국에서의) 삶은 모두가 알 듯 올곧은 진보적 지식인의 표상으로 소외된 사람의 진정한 벗이 되었다”고 추억했다.
고인은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1979년 고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장기간 망명 생활을 하며 쓴 에세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출간해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02년 완전 귀국해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했고, 기획위원과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저술·논평 활동을 하며 똘레랑스(관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15년부터 벌금조차 낼 수 없는 가난한 시민을 돕기 위한 장발장 은행장을 맡았다.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한 마디로 얘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겨레에서도, 정당에서도, 난민 활동과 기본소득 운동에서도, 장발장 은행에서도 열심히 하셨다. 모든 빛깔을 하나로 품고 계신 무지개였다”고 말했다.
장혜옥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홍세화 선생님은 전교조 교사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많이 보여주셨다. 전국에 퍼져 있는 지부, 지회 그 많은 곳을 사람이 많든 적든, 그곳이 오지이든 대도시이든 개의치 않고 달려와 주셨다”면서 “남기신 빛 한 조각을 우리 가슴에 안고 더 낮은 자세로 더 가장자리에서 더 소박하게 살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조문 행렬도 사흘째 이어졌다. 20일 빈소를 찾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진보적인 삶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홍세화 선생님은 말씀하시는 내용을 가슴으로 실천하셔서 후배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선배셨다”며 “앞으로 힘들 때 선배 이름 석 자를 하늘에 대고 불러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도 “고인은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 창간 때 많은 힘이 되어 주셨다. 장애인 소수자의 구체적 실천 속에서 언론을 연결할 수 있는 고민을 함께 해주셨다”고 했다.
홍세화 선생의 장례는 21일까지 한겨레신문사 사우장으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영결식 및 발인은 21일 오전 8시다. 오전 9시30분 그가 몸 담았던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 사옥을 거쳐 오후 3시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영면한다.
홍세화 장발장 은행 은행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영안실에 20일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와 조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고나린 기자 [email protected] 이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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