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덥석 샀는데, 침묵의 살인자라고?”…몸속 스며든다는 ‘이것’ 뭐길래 [Books]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올든 위커 지음/김은령 옮김/부키 펴냄

질병 유발하는 염료 위험성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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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옷 대신 중고의류 사거나

물려입는 게 더 건강해요”

“싸다고 덥석 샀는데, 침묵의 살인자라고?”…몸속 스며든다는 ‘이것’ 뭐길래 [books]

2020년 개봉한 영화 ‘다크 워터스’의 한 장면. 배우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은 사라는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한 업체를 용기 있게 고발한다. [이수C&E]

당장 옷에 달린 라벨부터 슬쩍 확인해보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략 이럴 것이다. ‘면 50%, 폴리에스테르 30%, 나일론 20%.’

라벨에 적힌 저 구성표가 몽땅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도발적인 책이 나왔다. 옷에 달린 라벨에는 ‘호르몬을 교란하고 피부병이나 천식, 심지어 암까지 유발하는’ 독성물질 사용기록이 단 한 글자도 인쇄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신간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는 옷장 안에서 소리없이 우리를 살해하는 중인 ‘옷’을 고발하는 책이다. 근거없는 두려움일까, 울려퍼져야 할 비상벨일까. 깊이 들어가보자.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먹거리에 민감해졌다. 아무리 극소량이라도 유해물질이 포함된 음식은 적발이나 보도와 동시에 ‘손절’을 당한다. 온라인 장바구니엔 유기농과 친환경 식료품이 가득하고, 아이를 키우는 집은 화장품조차 ‘천연’을 추구한다. 세탁기에 넣을 세제는 피부에 민감하지 않다고 알려진 제품이 고가에 팔려나간다.

그런데 식재료, 화장품, 세제처럼 우리는 24시간 몸을 감싸는 옷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을까? 저자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옷 때문에 사람이 아플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현대인은 잘 알지 못하고, 오직 ‘디자인과 가성비’만이 결제 기준으로 삼는 우를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 유명 항공사 승무원 5만명에게 신규 유니폼이 지급된 건 2011년 봄이었다. 승무원들은 지급받은 새 유니폼을 산뜻하게 입었지만 이틀 만에 피부 발진,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견디다 못한 노조는 ‘유니폼 지급 후의 병증 사례’를 모아 유니폼 유해성을 경영진에 따져물었다. “원단 일부가 터키에서 중국으로 운송되다가 인산트리부틸(TBP)란 화학물질에 오염됐다”고 항공사는 시인했다. 논란 끝에 드라이클리닝 비용으로 ‘인당 135달러’가 지급됐지만, TBP는 내분비교란 물질이었다.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다크 워터스’는 화학기업 듀폰의 폐기물질 유출 사실 고발하는 실화 영화다. 아기 매트부터 프라이팬, 콘택트렌즈까지 일상을 잠식한 독성 물질을 고발한다. “화학을 위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제품을 만든다”는 듀폰의 자신감은 애초부터 틀린 말이었다고 영화는 묘사한다. 젖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기형아들이 출생하는 상황은 모두 화학물질 때문이었다.

이런 사례가 ‘민감한 일부’의 문제, 영화 속의 설정일 뿐일까.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발진을 일으키는 유아복, 포름알데히드가 섞인 브레지어, 심각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합성섬유 의류는 우리 주변에 헐값으로 판매된다.

용의자는 ‘염료’다. 음식을 대하는 것보다 옷을 대하는 기준이 느슨한 건 라벨 뒤에 숨겨진 은폐된 진실, 즉 “옷은 먹는 게 아니니 괜찮다”는 착각에서 온다. 우리가 옷을 ‘먹는’ 것은 아닐지언정 독성 물질은 시간이 지나며 체내에 축적된다. 화학물질 민감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라고 책은 말한다.

옷을 사는 소비자만이 시스템의 피해자는 아니다. 옷의 일차적 생산자도 때로 피해를 본다.

목화 재배에 쓰는 살충제 때문에 인도와 미국 농부가 암에 걸리기 때문이다. 섬유공장이나 가죽 무두질 공장의 근로자는 피부 질환과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높다. 규제가 덜한 나라일수록 그 피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섬유공장의 염료 폐수는 아시아 전역의 강으로 흘러들어가는데, 그해 유행하는 색에 따라 인근 강물 색이 빨강이었다가 파랑이었다가 보라가 되기도 한다는, 속이 거북해지는 진실도 책에 자세하다.

그렇다고 현대인이 옷을 벗어던지고 나체로 거리를 활보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저자는 이쯤에서 책을 쓰며 무수히 들었던 하나의 질문을 기억한다. “그래서 뭘 입으라는 말이냐”는 근원적 질문에 책은 답한다.

일단 책은 ‘옷에도 성분 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옷을 살 땐 모조품,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품질과 평판에 신경쓰지 않는 사기성 브랜드도 골라내야 한다. 책은 의류업체를 실명으로 거론하는데 H&M, 나이키, 리바이스, 파타고니아는 적어도 10년간 안전한 의류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채도가 높은 책, 지나치게 밝은색, 특히 형광색 옷도 피하는 게 좋다.

정책자들은 테스트 받지 않은 화학물질을 사용한 옷에 세금과 관세를 부가하고, 독성 패션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 뒤 소비자에게 ‘리콜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 옷 냄새에 흥분하는 대신 차라리 중고품을 거래해 입고, 물려입으라고 말한다. 같은 화학물질 때문에 모두가 똑같이 아픈 건 아니지만 당신이 아팠던 원인이 그 화학물질 때문은 아니었으리란 단정은 어리석다 .

가만히 생각해보면 옷은 제2의 피부다.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베냇저고리를 입고 심지어 수의를 입은 채로 화장된다. 어디서 잘 것인가[住], 어떻게 먹을 것인가[食]의 문제 때문에 우리는 ‘뭘 입을 것인가[衣]’에 소홀했다. ‘의식주’에서 제일 먼저 적힌 글자가 바로 ‘옷’임을 기억하자. 재생용지 활용이 분명해 보이는 책의 표지가 이 책을 쓰고 만든 여러 손의 진정성까지 일러준다. 원제 ‘To Dye For’.

“싸다고 덥석 샀는데, 침묵의 살인자라고?”…몸속 스며든다는 ‘이것’ 뭐길래 [books]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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