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이런적 처음"…극도 치안불안에 숨죽인 에콰도르 교민들

한인 600여명 거주…”한낮 외엔 외출 자제하고 재량껏 재택근무”

현재까지 교민 피해 없어…”갱단 척결 정부 의지 강해 안정화 기대”

장난감 가게 옆 진짜 총 든 에콰도르 군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치안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진 건 20년 생활 중 처음입니다”

폭력조직의 잇따른 극렬 테러 행위와 이에 맞선 정부 당국의 강력 대응에 ‘내전 상태’ 같은 혼란에 휩싸인 남미 에콰도르에서 교민 사회가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간 간헐적으로 일어났던 반정부 시위나 일부 갱단 무리의 폭력 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어서, 불안감에 휩싸인 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거주하는 이강우 한인회장은 1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갱단 수장이 탈옥한) 이번 주 들어서 치안 상황이 극도로 나빠졌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키토 중심가 상점 문은 대부분 닫혔고, 학교들은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평소 출퇴근 시간만 되면 차량으로 꽉 막히던 도심 도로 역시 “매우 한적했다”며 “일부 택시와 버스의 경우엔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운행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무장 군인 옆 지나가는 키토 시민

공공청사 인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 회장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군과 경찰이 10여명씩 팀을 이뤄 수시로 곳곳을 순찰하는 등 도심 풍경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무장 괴한의 방송국 난입, 경찰관 피랍, 대법원장 자택 주변 폭발물 테러, 대학교 시설 점거, 차량 방화 등 일련의 사태에 다른 교민들 역시 낮 외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1962년 한국과 수교한 에콰도르에는 현재 600여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이 회장은 “20여년 간 에콰도르에서 거주하면서 이 정도로 치안이 악화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간헐적으로 반정부 시위와 이에 따른 충돌은 있었지만, 통제 범위를 벗어난 지금 같은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인구 최대밀집 도시인 과야킬에 사는 또 다른 교민도 현지 상황이 수도인 키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웬만하면 아예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불특정 일반 시민에 대한 범행 가능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이어서 안전 담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방송국 난입 용의자들을 체포한 경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비롯해 현지에 주재하는 한국 기업 등도 직원 안전에 유의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재량에 따라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주에콰도르 한국대사관은 수시로 교민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대사관 측은 파악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조직범죄 단체들이 공권력 및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테러 행위를 벌이고 있는 만큼 교민 등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며 교도소 주변, 범죄 빈발 지역, 다중 밀집 장소 등 방문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이강우 한인회장은 “임기 1년여의 현 정부가 갱단 척결 의지가 강하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앞서 갱단을 향해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 단체에 맞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금까지 329명의 ‘테러리스트'(갱단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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