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드면 알아서 팔리는 시대 끝났다"…LG전자 '파격 실험'

LG전자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임원 성과를 평가할 때 ‘고객만족도’를 넣기로 했다. 매출, 영업이익 등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만큼이나 LG전자의 ‘팬’을 늘리는 작업이 ‘강한 LG’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려면 ‘잘 만들면 알아서 팔린다’는 제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 ‘고객 마음을 사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조주완 최고경영자(CEO·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산업계에선 LG전자의 임원평가 방식이 국내 기업 전반에 확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객만족도로 임원 평가18일 산업계에 따르면 300명에 달하는 LG전자 임원은 올해부터 업무 관련 ‘고객 만족 수준’과 ‘고객 경험 혁신 과제’ 달성 여부 등을 평가받는다. 고객 범주에는 제품·서비스의 최종 소비자뿐만 아니라 계열사 및 협력사 임직원 등 업무 파트너까지 포함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업무별로 차이는 있지만 고객 만족도는 임원 성과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첫 번째 지표인 고객 만족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소비자의 제품·서비스 경험 과정을 △인지 △발견 △구매 고려 △구매 △사용 △관리 등으로 나눴다. 과정별 소비자 만족도를 수치화하기 위해 ‘고객 만족 측정 툴’도 개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데이터화한 고객 경험 수준을 평가 지표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지표인 ‘고객 경험 혁신 과제’는 각 임원이 고민한 ‘LG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한 경험’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임원들이 고객 입장에서 차별화된 혁신 경험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실현할 방안을 얼마나 현실성 있게 도출했는지 평가한다. 인사, 총무 등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이 없는 조직은 관계부서나 협력사 등 파트너가 고객이 된다. ○“임원부터 서비스 마인드 갖춰야”LG전자가 고객 만족도를 임원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은 배경에는 조 CEO가 있다. “혁신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란 자신의 경영철학을 LG전자에 뿌리내리는 데 이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 중심 경영이 조직 곳곳에 뿌리내려야 ‘미래 비전 2030’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조 CEO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63조원인 매출(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2030년까지 10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비전을 공개하면서 비(非) 하드웨어·플랫폼 사업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이렇게 체질을 바꾸려면 임직원이 ‘제품을 잘 만드는 것’에 만족하는 제조업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는 게 조 CEO의 판단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임원이 고객을 직접 만나고 현장을 체험하는 행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LG전자 임원들은 전화상담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에서 ‘체험 고객의 현장’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올해부턴 판매(하이프라자), 배송(판토스), 서비스(한국서비스), 냉난방 시스템 유지보수(하이엠솔루텍) 등으로 LG전자 국내 임원의 체험 현장 횟수와 무대가 늘어난다.

황정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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