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54명 '무더기 사직'…정부 "현장 채증 중, 사후구제 없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저녁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반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저녁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반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오는 20일 전면 사직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하며 불법행동에 대한 엄단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공식 집계한 바로만 이미 복수의 수련병원에서 150여 명의 인턴·레지던트가 무더기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집단사직서 수리금지에 이어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내리고 단속에 나섰다. 유선으로 현장 이탈이 파악된 수련병원들에 대해서는 채증 인력을 급파하고, 진료거부 사실을 확인하는 대로 해당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다.

 

만약 복귀 명령에 불응할 경우, 현행법 위반으로 보고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9·4 의(醫)-정(政) 합의’가 이뤄진 2020년 당시와 같은 “사후구제와 선처는 없다”고 못박았다.

 

보건복지부를 주축으로 꾸려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6일 제9차 회의 후 정부가 취합한 전공의 사직 현황을 공개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자정(이날 0시) 기준 근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모두 154명(병원 7곳)이다.

 

구체적으로 △원광대병원 레지던트 7명 △가천대길병원 레지던트 17명·인턴 4명 △고려대구로병원 레지던트 16명·인턴 3명 △부천성모병원 레지던트 13명·인턴 전원 23명 △조선대병원 레지던트 7명 △경찰병원 레지던트 6명 △서울성모병원 인턴 전원 58명 등이다.

 

다만, 이는 행정적인 사직서 접수 기준으로, 수도권 필수의료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빅5’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하기로 한 내주에는 규모가 급속도로 불어날 전망이다. 원광대병원도 전날 22개과(科)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의를 전한 상태다. 이에 전북도가 공공병원·보건소 등의 인력을 대체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의료 공백’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앞서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전날 밤 11부터 이날 새벽 2시까지 박단 회장과 빅5 전공의 대표들이 가진 긴급회의를 통해 오는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나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방에서 ‘원정 진료’까지 오는 5대 대형병원 근무 의사 중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다른 수련병원들에서도 ‘사직 행렬’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전날 ‘4학년 전원 동맹휴학’을 밝힌 한림대 의대에 이어 오는 20일 40개 의대가 모두 휴학계를 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중수본 부본부장)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중수본 부본부장)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중수본 부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집단행동에 현실화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금일 중 출근을 안 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병원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선으로 확인된 몇 군데엔 우리 직원이 지금 현장을 갔다. 진짜로 (병원에) 안 나왔는지 실제로 확인하는 것”이라며 “(부재가) 확인이 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문자·문서를 동시 발송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공의 연락처 확보를 위한 법적 검토와 실무적 결재도 모두 마쳤다는 설명이다.

 

박 2차관은 “(사직서가) 수리가 안 됐는데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서 진료를 하지 않으면 업무개시명령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의료법에 따라 최고 징역 3년의 처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즉시 멈추기 바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에게 돌아간다”며 “2020년과 같은 구제 절차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약 80%가 파업에 참여해 ‘의대 증원’이 무산된 2020년 당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한 전례를 따르지 않겠단 취지다. 박 2차관은 “(그때는) 의·정 합의를 하면서, 또 의료계에서 간곡히 부탁하셔서 취하했던 것”이라며 “그것이 지금 이러한 집단행동을 쉽게 입에 담고 행동에 옮기는 대한민국 의료계 문화를 강화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사직서를 제출한 인원이 몇이든 ‘사전 공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정당한 개인적 사유가 아닌 대정부 항의 성격이라면 모두 제재 대상인 ‘집단 사직’으로 간주된다는 원칙도 거듭 밝혔다.

 

박 2차관은 “조선대병원에서 레지던트 ‘7명’이 사직했다고 해서 개별사직으로 보이나. 제겐 집단 사직으로 보여진다”며 “개별이냐, 집단이냐를 나누는 절대기준은 없다. 병원 전체의 (전공의) 숫자 대비 상식 수준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직이면 집단사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강구하는 ‘모든 수단’에 따른 불이익을 전공의들이 고스란히 감수할 경우 당장의 의료대란은 손쓸 방법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꼽은 카드는 △진료 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역할 확대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 △군(軍)병원·공공병원 활용 등이지만, 현실적으로 보완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2차관은 이같은 방법들이 보조적 수단임을 인정하면서도 “비상진료대응체계는 상세하게 정리가 돼있다. (빅5 전공의 등) 40%가 일시에 다 빠져나가면 (구멍을) 어떻게 메꾸냐고 하는데, (단계별 대응) 스펙트럼이 있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 초반에는 기존인력 재배치 또는 잔여 인원의 근무 연장을 통해 대응하고,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외부인력을 투입하는 동시에 진료시간·건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박 2차관은 “병원 자체진료가 줄어드는 만큼 환자의 중증도에 맞게 (병원을) 연계하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며 “전체 의료계로 보면 물론 피해가 전혀 없다고 단정 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국민의 진료권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계획들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빅5 등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직 등으로 인한 피해는 환자의 몫일 뿐 아니라 전공의 개개인의 희생으로 귀결된다며 재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대 증원이 ‘정치 포퓰리즘’이란 의사단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내년도 증원에 필요한 절차를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제공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결정이 아닌 감정적 분노에 의한 집단행동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다.

 

박 2차관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읽은 글을 인용해 “어떤 의료인의 가족은 자녀의 야간진료에 매우 애로를 겪었던 상황을 공유하며 의사 증원에 찬성한다고 하더라”며 “공급자로서의 의사 신분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가족은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족, 수요자의 입장일 수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 “특히 지역에선 의사 만나기가 굉장히 어렵고 간단한 진료를 받기 위해서도 거의 하루를 다 소모해야 한다. 빅5 선생님들은 잘 공감이 안 되실 수 있는데,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임을 다시 인식해 달라”며 “현재 현장에 나와 있지 않고 집단행동을 실행하고 계신 전공의들은 조속히 복귀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불안해하는 국민들에 대해서는 “병원 문 닫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정부는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 보건을 위한 의료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계속해 지지와 성원을 보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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