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대통령 불참... 이런 사건을 알기는 할까

상식 밖의 대통령 불참... 이런 사건을 알기는 할까

상식 밖의 대통령 불참… 이런 사건을 알기는 할까

 

“한라영산이 푸르게/ 푸르게 지켜보는 조천읍 북촌마을/ 4·3사태 때 군인 한두 명 다쳤다고/ 마을 사람 모두 불러 모아 무차별 난사했던/ 총부리 서슬이 아직도 남아 있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너븐숭이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아직 눈도 떠보지 못한 아기들일까/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한/ 어머니의 한도 함께 묻힌 애기 돌무덤/ 사람이 죽으면/ 흙 속에 묻히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 눈에는/너무 낯선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목이 메인다.”(양영길, 중에서)

 

곳곳에서 인간 사냥의 대학살극이 벌어지고, 수많은 마을이 불길에 사라져간 1948년 제주섬. 북촌, 너븐숭이, 애기 돌무덤은 이 제주4·3의 비극을 상징하는 장소이자, 소설

의 현장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가 됐다.

 

76주년 4·3 추모제가 지나갔지만 북촌리는 여전히 그날의 참상을 되새기며 용서와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최근 4·3 희생자 북촌리 유족회가 주최한 3차례의 강연회에 연사로 나선 황요범 제주4·3 희생자 유족회 고문을 만났다.

 

초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43년간 교단을 지킨 황요범 고문은 북촌리가 고향으로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다. 1년 5개월짜리 젖먹이로 엄마 등에 업혀 북촌리 학살사건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래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조사,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비롯해 6명의 친·외가 가족을 잃었고, 사건 현장이었던 북촌국민학교를 졸업했으며, 이 학교에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4·3과 북촌 관련 책을 펴내고, 4·3 평화·인권 교육 명예교사 회장으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4·3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

북촌리 학살사건의 전말

황요범 고문과의 인터뷰는 북촌리 학살사건의 전말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북촌리 사건은 세 차례에 걸쳐 확대된다. 첫 번째가 우도 배 사건이다.

 

“1948년 6월 16일 밤, 북촌포구에서 경찰관 2명 피랍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우도에 근무하던 순경 세 가족 13명이 배를 타고 제주항으로 가던 중 돌풍이 몰아쳐 북촌포구에 정박하게 됐는데, 밤중에 무장대가 침입해 경찰 두 사람을 납치해 간 겁니다. 사건 발생 3일째에 조천지서(지금의 연북정) 앞바다에 사체 한 구가 떠올랐어요. 바로 납치됐던 우도지서장 양태수 경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진남호 순경이 야산에서 죽은 채 발견됐고요.

 

이 사건으로 군인과 경찰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집마다 수색하고, 젊은이들을 잡아다가 고문하는 등 검거 열풍이 이어졌습니다. 자연히 많은 마을주민이 굴이나 산으로 피신했어요. 북촌은 이때부터 ‘폭도 마을’로 낙인찍히고 ‘빨갱이 마을’이란 누명이 씌어 사사건건 지목 대상이 되고 만 것입니다.”

 

두 번째 사건은 ‘민보단 청년 23명의 죽음’이다. 우도 배 사건이 발생한 5개월 후, 초토화 작전이 극에 달하던 12월 16일(음력 11월 16일)에 벌어진 사건이다.

 

“이날 오후 사람들을 가득 태운 군 트럭 한 대가 마을을 지나 동쪽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차 안에는 전날 군부대로 불려 갔던 북촌마을 청년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민보단 청년들로 낮에는 군이나 경찰을 도와서 토벌 작전에도 나갔고 밤에는 마을의 안전을 위해 보초를 서고 야경도 돌았던 사람들입니다. 얼마 안 지나서 수십 발의 총성이 들려왔고, 서쪽으로 빈 차가 지나가는 것이 목격됐습니다.

 

민보단 청년들이 이웃 동복마을과의 경계인 낸시빌레에서 집단으로 학살당한 것이에요. 총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이 찾아가 보니 오목한 밭 안에 갈산절산(제주어로,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는 모양) 즐비하게 청년들이 쓰러져 있었다는 겁니다. 이날 끌려간 24명의 민보단 청년 가운데 이상영 씨만 허벅지에 총상을 입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상영 씨의 증언에 의하면 5월 10일 선거에 반대했으며 폭도와 내통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생트집을 잡아 하룻밤 감금했다가 낸시빌레로 끌고 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민보단 학살사건에서 저의 아버지와 샛아버지(둘째 아버지)도 총에 맞아 돌아가셨습니다.”

 

제주4·3 기간에 단일사건으로 최대의 희생자가 발생한 북촌리 학살사건은 민보단 청년들이 떼 죽음을 당한 날로부터 한달 여 후인 1949년 1월 17일(음력 1948년 12월 19일) 새벽부터 시작됐다. 우도 배 사건으로부터는 7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황요범 고문의 설명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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