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튼튼한 81살” 판정 받은 날, 하필 매코널 사임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1월 대선을 앞두고 고령(81살)이 주요 약점으로 꼽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례 건강검진에서 “직무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로서는 논란에 맞설 자료가 확보된 셈인데, 하필 같은 날 그보다 한 살 많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떠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사임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머쓱한 처지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건강검진 뒤 “대통령의 직무를 잘 수행하기에 적합한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튼튼한 81살 남성”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을 검진한 의사는 그가 수면성 무호흡, 고지혈증, 역류성 식도염 등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문제들로 치료 받기는 했으나 특별한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 경직성 보행은 지난해보다 악화되지 않았고,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런 내용의 6쪽짜리 소견서를 공개하며 나이 논란을 완화시키려고 시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검진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의사들이 자신에게 “너무 젊어 보인다”고 했다고 농담까지 했다.

그런데 이날 공교롭게도 매코널 원내대표가 11월에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일 82번째 생일을 맞은 매코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논란과 관련해 흔히 비교돼온 인물이다. 그래서 2007년에 시작해 최장수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을 맡아온 그의 2선 후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가운 소식일 수 없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2027년 1월까지인 상원의원 임기는 채우겠다면서도 “인생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재능들 중 하나는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두 차례 기자회견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붙은 모습을 보여 건강 이상설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나이가 많은데다, 지난해 초 넘어져 뇌진탕과 갈비뼈 골절을 겪은 게 후유증을 남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에도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를 상기시키는 의견들이 나왔다.

매코널 원내대표가 퇴장 수순에 들어간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 강화와도 이어져 있다. 정통 공화당 노선을 추구해온 매코널 원내대표는 2021년 1·6 의사당 난동 사태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소신 발언을 해 당내에서 반트럼프 인사로 낙인 찍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에 대한 지지 선언도 하지 않았다. 또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법안의 상원 통과를 주도했다. 친트럼프 인사들은 그의 원내대표 사퇴 계획을 반기는 반응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코널 원내대표의 발표에 대해 “우리는 치열하게 싸웠다”면서도 “나는 그를 신뢰했고, 우리는 훌륭한 관계를 맺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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