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0' 광주·전남 싹쓸이에도 편치 않은 민주당[초점]

'18대 0' 광주·전남 싹쓸이에도 편치 않은 민주당[초점]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 지역구 8석을 모두 석권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이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내 행방불명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광산갑 박균택, 서구갑 조인철, 북구갑 정준호, 북구을 전진숙, 광산을 민형배, 서구을 양부남, 동남을 안도걸, 동남갑 정진욱 당선인. 2024.04.11. [email protected]

‘정권심판론’의 거대한 쓰나미가 총선 정국을 덮치면서 4·10 광주·전남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광주·전남 18석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거머쥐면서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2연속 싹쓸이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심장부, 텃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민심의 속내를 한발짝 더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중 핵심적인 지표가 비례대표 정당 투표 결과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광주·전남 비례대표 정당 투표 결과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광주는 조국혁신당이 47.72%를 기록해 36.26%에 그친 더불어민주연합을 무려 11.46%포인트나 앞섰다.

전남지역도 조국혁신당이 43.97%를 차지해 더불어민주연합(39.88%)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지민비조’ 교차투표의 결과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었던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전략적 선택이 어김없이 재현된 셈이다.

정권 심판을 위해 지역구는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지만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는 것인데, 그 지지세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배경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호남의 정치구도상 유권자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대안이 없는 지역구 투표에서 보수 정당이나 소수 진보정당, 무소속 후보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선택의 여지 없이 지역구는 ‘도로 민주당’을 찍었지만 비례대표 정당 투표는 달랐다. 조국혁신당이라는 확실한 대안 정당이 등장했다.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대거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조국혁신당이 정권심판과 검찰개혁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한 점이 주효했지만,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나 비판적 지지 여론도 깔려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 맞서 과연 민주당의 지역 국회의원들이 무엇을 했는지, 지역 현안사업 추진에는 얼마나 앞장섰는지 의문인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라는 선명한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선거 때가 되면 호남이 민주당의 심장부이자 어머니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늘상 ‘주머니 속의 공깃돌’ 정도로 여기는 행태가 되풀이돼온 점이 깔려 있었다.

지난 대선 때도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공허한 메아리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호남의 정치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조국혁신당으로 이끈 데는 이번 민주당 경선 당시 빚어진 공천파동도 한몫 했다.

친명 위주로,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오락가락한 경선과정이 민주당 지지층을 떠나게 했고 결국 비례대표 투표에서 민심의 회초리로 나타났다.

호남의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윤석열 정부의 불통과 폭주를 견제하고, 호남에는 과감한 균형발전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호남의 정치를 부활시켜 중앙정치 무대의 변방이 아닌,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감도 기대하고 있다.

광주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5·18묘역을 찾아 “이번 총선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광주시민의 승리”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 결연한 의지가 22대 국회에서 어디로 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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