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의 원픽…한국판 슈퍼乙 꿈꾸는 이 기업은?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2월 세번째 주 이야기

출처=매경DB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슈퍼乙’이라고 하면 그동안 누구나 네덜란드의 ASML을 쉽게 떠올려 왔습니다. 미세공정에 쓰이는 EUV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 회사의 제품을 먼저 공급받기 위해 사활을 걸기도 했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이기도 합니다.

ASML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이 자리를 꿈꾸는 국내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후발주자로 꼽혔던 한국의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최근 대체불가한 카드로 점점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이 때문에 관련 투자 심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AI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 이번 주 몇몇 K-장비 기업들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높은 관심은 어떤 기대감을 근거로 하고 있을까요?

이번 주 위클리반도체에서는 새로운 ‘슈퍼乙’을 꿈꾸는 K-장비 기업들을 쉽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의 ASML을 꿈꾼다…HBM 대표 장비사 한미반도체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이 HBM 공정 장비 3세대 모델인 ‘듀얼 TC 본더 그리핀’ 출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미반도체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곳은 HBM 접합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의 선택을 받았다고 알려진 한미반도체입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죠. 이때 이 층간 접합을 담당하는 작업을 TC본딩이라고 부릅니다. 한미반도체는 HBM용 TC 본더를 제작하는 업체입니다.

한미반도체의 주요 거래선은 SK하이닉스입니다. 작년 하반기에만 SK하이닉스로부터 듀얼 TC 본더를 1000억원 이상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SK 하이닉스로부터 단일 기준 창사 최대 규모인 860억원의 인공지능 반도체 HBM 3세대 하이퍼 모델인 ‘듀얼 TC 본더 그리핀’을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한미반도체의 자신감은 상당합니다. 주력 사업인 TC 본더 장비 수주 호조에 힘입어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1590억원) 대비 3배가량 확대한 4500억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내년에는 6500억원까지 매출을 확대한단 목표입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7일 한미반도체는 자사주 34만5668주를 오는 4월 안에 소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 날 이 회사의 주가는 상한가를 찍기도 했죠. 이 영향으로 오너인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국내 주식 부호 1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700억대 빅딜 따냈다” 삼성 선택받은 에스티아이

에스티아이의 리플로 장비. 자료=에스티아이

한미반도체와 더불어 HBM의 흥행과 더불어 관심을 받는 국내 기업이 또 있습니다.

리플로(Reflow) 장비 생산 기업은 에스티아이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리플로 장비는 칩 또는 기판과 접합된 부분에 열을 가해 범프(Bump)를 형성하는 공정을 말합니다.

에스티아이의 숄더볼 기술. 자료=에스티아이

통칭 숄더볼로도 불리는 범프는 칩과 기판을 접합시키는 동그랗게 튀어나온 부분을 말합니다. 이를 접합시키는 기술 난도가 상당하다고 알려졌죠.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의 선택을 받았다면 에스티아이는 이번주 삼성과 굵직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769억 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죠. 해당 계약은 2022년 매출액 대비 18.2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빈 틈 없이 빈 곳을 채워주는 언더필 기술 ‘예스티’

언더필 공정 개념도. 출처=Nordson

두 기업 이외에도 반도체 장비에서 최근 기대를 모으는 국내 기업들은 여럿 있습니다.

예스티는 HBM 핵심 장비, 네오콘 등 신규 장비를 중심으로 본원사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지나 15일 밝혔습니다.

예스티는 HBM 제조 과정 중 ‘언더필’과 ‘EDS(Electrical Die Sorting)’ 공정에 적용되는 장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언더필은 칩과 캐리어 또는 완성된 패키지와 PCB 기판 사이의 간격을 채우는 에폭시 과정을 뜻합니다. TC본딩 다음에 이뤄지죠. 해당 공정은 각각 HBM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반도체 칩의 신뢰성을 극대화하는 필수 공정입니다.

이 외에도 후공정 기업 중에서 반도체 검사장비를 공급하는 넥스틴, 쎄크 등도 최근 투자 업계의 주목받고 있습니다.

K-장비 ‘희망편’…압도적으로 쌓인 데이터로 기술 격차 시작

K 장비사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공급망 강화’ 기조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차세대 장비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국내 기업을 채택하려는 기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두 기업이 HBM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더욱 고무적이죠.

둘째는 ‘누적된 데이터’입니다. HBM과 같은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장비는 매우 고도화되어 있습니다. 장비 개발 단계부터 완제품 제조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수율 검증을 해야하죠. 예컨대 TC본딩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얼마큼 열을 가하면 기판이 휘게 된다’는 등의 데이터는 수백만장 이상 경험이 누적되어야만 알 수 있는 영역입니다. HBM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이미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와 수년간 쌓은 데이터로 해외 기업들과 격차를 벌려놓은 상태입니다.

K-장비 ‘절망편’…치킨게임 우려와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특허’리스크

HBM 신제품 양산 경쟁 전망. 자료=트렌드포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K-장비사들에게도 잠재된 리스크들이 있죠.

첫째는 HBM 시장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하락입니다. HBM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될 것은 이견이 없지만 공급자들이 생산 설비를 크게 늘리면서 가격 경쟁이 펼쳐지고 치킨게임이 다시 올 수 있습니다. 치킨게임이 펼쳐지면 제조사들은 장비 투자를 제일 먼저 줄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 욜 그룹은 HBM의 용량 당 가격이 지난해에는 Gb당 1.43달러였던 반면 2028년이 되면 0.86달러로 뚝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특허 리스크입니다. K장비 기업들은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 반도체 장비 기업들로부터 특허 분쟁에 최근 자주 휘말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예스티의 경우 HPSP와 지난해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죠.

K-장비 기업들이 진정한 ‘K’SML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잠재 리스크를 극복하고 경험치를 지속적으로 누적시켜 기술 초격차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세 줄 요약*

1. 한미반도체 에스티아이 등 K장비사들이 HBM 열풍을 타고 주목받고 있다.

2. 삼성과 SK 등 제조사들의 공급망 강화 기조와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술 격차가 긍정요인.

3. HBM시장 가격 경쟁 전망과 잠재된 특허 리스크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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