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단 두 곳 뿐"…'스페이스X' 바짝 좇는 한국기업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 제작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스페이스X와 ‘한화 스페이스 허브’ 밖에 없습니다. 스페이스X를 추월해 글로벌 1등으로 올라서는 게 한화 스페이스 허브의 목표입니다.”(임현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 사업전략팀 차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산업’ 개척이 순항 중이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지금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중심으로 한 ‘정부 정책 목표’로 추진됐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11월 경쟁입찰을 통해 항우연의 역할을 넘겨 받으면서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기대감 등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 들어 약 60% 올랐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2020년 3850억달러(약 498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42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선점…글로벌 우주산업 1등 되겠다”

서울 을지로 한화빌딩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본사를 지난 27일 찾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의 우주산업 협의체 ‘한화 스페이스 허브’에 참여하는 핵심 계열사다. 통신 관측 등 위성 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화시스템, 위성 제작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등이 이 허브의 멤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허브 중의 허브’ 역할을 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아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임 차장은 “지난 5월 누리호 3차 발사 때 이미 민간 기업 및 연구기관의 위성을 누리호에 탑재했다”며 “우리나라 민간 우주산업이 돛▽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7년까지 발사체를 세 번 더 쏘아 올릴 예정인데 이때도 민간 기업 등의 위성을 실을 계획”이라며 “이후에는 해외 기업·기관의 위성 발사 업무를 수주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유인 우주선 개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실 차장은 “누리호 3차 발사까지는 제작 및 발사 주관을 항우연이 했지만 2025년 하반기로 예정된 4차 때는 처음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 주관을 맡는다”며 “2027년부터는 어떤 위성을 쏠지 계획하는 것까지도 직접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위성 직접 운용해 ‘정보 제공 서비스’ 예정

위성, 서비스 솔루션, 발사체 등 우주산업의 각 밸류체인 기업이 한화 스페이스 허브를 중심으로 한데 모여 내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이 회사 직원들은 설명이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아무리 위성이 뛰어나도 발사를 해외 기업에 의존하면 몇 년 대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한화그룹은 밸류체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최근에는 위성을 통해 얻은 정보로 날씨를 예측해 농작물 선물 투자를 하는 등 우주산업의 효용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위성 정보를 단순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서 파는 쪽으로 우주산업이 진화하고 있다”며 “이 수요를 고려해 나중에는 위성 운용까지도 직접 할 계획”이라고 했다. 방산 수출 급증…3분기 20조 돌파 ‘최대’

우주산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 먹거리라면, 방위 산업은 현재의 캐시카우(수익원)다. 이 회사는 당초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게 주요 사업이었지만 자주포 장갑차 등 지상 무기를 만드는 한화디펜스를 2022년 11월에, 유도무기 탄약 등을 만드는 ㈜한화의 방산부문을 2023년 4월에 인수합병해 종합 방산 기업이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특히 지상 무기 분야에서 최근 빠른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방산부문 수주 실적은 2020년 3조1000억원, 2021년 5조1000억원, 2022년 19조8000억원, 2023년(1~3분기) 20조1000억원 등으로 급성장 중이다. 이 실적의 대부분이 지상 무기다. 한화디펜스의 지분은 인수합병 전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따른 실적 급성장 ‘착시’가 없는 수치다.

최근 들어서는 수출 성과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이집트와 폴란드에서 자주포 K9 주문을 받은 것만 각각 2조원, 3조2000억원이다. K9은 2001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수출 실적을 내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효자 상품이다. 해외 무기 수출은 국내 판매보다 높은 두자릿수 마진율을 낼 수 있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AI 활용 군사 장비, 내달 美서 시험 운행

최근에는 수출 무기의 종류와 대상 국가가 더 많아졌다. 다연장로켓발사대 ‘천무’에 대한 첫 수출 계약(5조원 규모)을 지난해 폴란드 정부와 맺었고, 장갑차 ‘레드백’도 연내 호주에 첫 수출을 할 가능성이 높다. 폴란드에 대한 K9과 천무 추가 수출도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수출 목표로 잡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의도 증권가의 한 군수산업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 전 탱크, 장갑차 등 미들급 무기가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해 사업을 접은 군수 기업이 많았다”며 “최근 예상과 달리 이런 무기가 쓰이는 국제분쟁이 빈발하면서 관련 사업을 꾸준히 유지해 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혜 받고 있다”고 했다.

판매하는 무기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 전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목적 무인 차량 아리온스멧을 개발, 다음달 미국 해병대 훈련장에서 성능 시험을 할 예정”이라며 “지난 5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잠수함, 군함 등 해양 무기도 만들 수 있게 돼 폴란드를 대상으로 잠수함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양병훈/정희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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