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해 6월23일 오후 서울 시내 국민연금공단 모습. 2023.06.23. [email protected]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놓고 열린 첫 숙의토론회에서 대표단으로 참가한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국민이 고통을 받는다는 비판이 나왔고, 젊은 세대에서는 연금 제도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갈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13일 연금개혁을 위한 500인 시민대표단 첫 숙의 토론회를 열었다. 오전 ‘연금개혁 필요성과 쟁점’에 대해 전문가 발표 이후 오후에는 시민대표단이 전문가에게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에서 참가한 황병우씨는 “매번 고갈된다는 얘기만 나오는데 나는 30년째 고통을 받고 있다. 왜 고갈되는 걸 국민만 고통 받아야 하나”며 “직역연금에는 국고를 투입하는데 국민이 고통 받지 않게 해줘야 하지, 왜 보험료를 12%, 13%로 올리는 얘기만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참가한 안영균씨는 “어떻게 개혁을 해도 기금 소진 시점은 명시가 돼있고 결국 후세대는 부과방식으로 가는 걸 전제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이 전제가 맞다면 부과방식 전환이 근본적인 개혁안이 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기본적으로 부과방식을 전제하는 게 아니라 적립 기금 운용을 통해 재정에 안정을 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 교수도 “5년에 한 번씩 재정 추계를 해서 논의를 하고 있는데, 완전 부과방식은 현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단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지금 300만원을 번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성장률이 평균 2.5%라면 나중에 600만원을 벌게 되고 이렇게 되면 보험료율을 18%로 높여도 가처분 소득이 546만원이 된다”며 “실제로 나중에 부과방식을 적용해도 일정 정도 부담할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경기가 침체할 경우 대안을 묻는 질문에 “경제가 침체되고 살기 어려워지면 어떤 국가도 국민을 방치하지 않았다. 그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힘으로 안전하게 생활할 뜻과 의지를 모을 것”이라며 “다만 선진국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경제성장률 2% 정도는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기대하는 게 그렇게 어긋난 주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국민연금.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에서 참가한 김현우씨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수급 개시 연령 연장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석 교수는 “수급 개시 연령은 지금 당장 연장할 순 없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자 경제 활동 여건이 마련되는 것에 따라 연장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참가한 박영자씨는 연금기금이 소진될 경우 공적 자금 투입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다.
김도형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보험료 대신 세금을 투입한다고 국민 부담이 적어지지 않는다. 보험료나 세금이나 내는 사람은 다 근로자”라며 “GDP 대비 1~2%를 더 투입하자는 얘기들도 있는데 이건 지금 30만원 받는 기초연금을 2개 더 만들거나 기초연금액을 100만원으로 늘릴 수 있는 돈이다. 세금으로 감당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재정 안정화 개혁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전 국민의 60~70%여서 국고를 투입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국고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반면 제갈 교수는 완전 부과방식인 독일의 예시를 들면서 “보험료가 19.5%나 되는데 보험료를 올릴 때 중앙 정부가 상당 수준의 부담을 같이 진다”며 “우리나라는 수익자 부담 원칙만 내세우면서 모든 걸 가입자에게 책임지라고 한다. 삶의 책임을 국민에게 지게 했더니 아이 낳는 게 어려운 시대가 됐다. 향후 국가는 삶의 질 개선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로 경기에서 참여한 이혜지씨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 세대 간 갈등이 예상되는데 해결 방안이 있나”고 질문했다.
제갈 교수는 “내년부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상당 기간이 지나서이고, 이 혜택을 받는 세대는 30~40세대”라며 “자꾸 고갈 얘기가 나오고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니 청년이 박탈감이 있는데, 분명한 건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를 한다고 하면 여러분이 노인이 됐을 때, 여러분의 부모님이 후기 고령이 됐을 때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방식보다 비용적으로 훨씬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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