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IN] GTX 삼성역 개통 어쩌나…줄유찰에 '속앓이'

[건설 IN] GTX 삼성역 개통 어쩌나…줄유찰에 ‘속앓이’

[앵커] 

요즘같이 극도로 얼어붙은 건설 경기에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게 바로 공사비입니다.

공사비 분쟁으로 현장이 멈췄다는 소식 이제 낯설지가 않은데요.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서울시가 밀고 있는 주요 SOC 건설공사들을 시공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공공 공사 사업비의 키를 쥐고 있는 게 기획재정부인데, 총사업비 심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제부 최지수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최 기자, 서울시 사업들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고 하던데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대표적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C 노선이 지나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를 짓는 사업 중에서 일부 구간에 대해 서울시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는 서울시가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공사하고 있는 곳인데요.

강남구 영동대로 구간 중 삼성역사거리와 코엑스사거리 사이를 지하 5층 규모로 교통 환승시설과 상업시설을 짓는 사업입니다.

총사업비는 1조 7천459억 원 규모입니다.

공사 구간 중 하나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2공구 건설공사’에 있어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말부터 다섯 차례 발주했는데 1년이 넘게 사업자 선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사비 책정이 이유로 꼽히는데요.

2천928억 원 규모 공사비로 세 번 유찰되자 자체적으로 기존 총사업비 내에서 200억 원 증액한 3천170억으로 재발주 했음에도 참여한 건설사는 없었습니다.

업계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 건설회사는 공사비를 금융 조달을 통해서 마련을 해야 되는데 금리가 매우 높게 형성돼 있고 원자재 가격, 인건비 이런 부분들이 급속도로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적정 가격이 반영되지 않으면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공사 불참으로 2028년 삼성역 개통이 불발될 거란 이야기가 돌기도 했는데요.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공사의 전 단계인 토목공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서 건설공사 시공사를 당장 구하지 못한다고 해도 삼성역 개통이 지연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현재 재발주를 준비 중이지만 그럼에도 유찰이 반복된다면 사업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다른 서울시 숙원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던데 또 어떤 사업인가요?

[기자]

서울시의 아픈 기억이죠.

지난 2022년 8월 기록적 폭우로 강남, 신림 등 주요 지역이 침수되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시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를 추진해 왔습니다.

지하터널에 빗물을 보관했다가 하천으로 내보내 침수를 막겠다는 건데요.

지난해 12월부터 시는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세 곳 빗물터널 공사에 대한 설계·시공 일괄 입찰을 진행했지만,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사업비가 배경으로 꼽힙니다.

세 개 공사를 합해 공사 추정금액이 약 1조 원 규모고, 각각 2천400억 원에서 4천억 원 가까이 되는데요.

기획재정부 사업비 심의를 거치는 단계에서 시가 설계한 사업비 대비 약 15% 감액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공사의 경우 두 차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최근 사업비를 16% 증액해 재발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공사별로 300억~700억 정도 늘어나지만 또 유찰된다면 2027년 완공은 쉽지 상황입니다.

이렇게 대형 공공 공사에서 유찰이 반복되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지자체에 사업 발주 시 적정 예산을 확보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공문을 받은 지자체 입장에선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업비 키를 쥐고 있는 건 기획재정부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공공 공사 중 500억 원 이상 토목사업과 200억 원 이상의 건축사업은 기재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 적용 대상인데요.

업계 입장에서는 사업비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기재부의 총사업비 심사 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는데요. 들어보겠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총사업비 규정이 (문제입니다.) 도심지 특성이 교통량이 많고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거든요. 공사 지연, 민원 발생으로 인한 추가 공사, 설계 변경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예산을) 충분히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직접 나서서 기재부의 예산 책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지난 1월 기자간담회) : 기재부도 그렇고 마인드를 바꿔야 될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지연되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안이 마련돼서 유찰되는 일이 최소화(되길 바랍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연구원에 ‘기술형 입찰의 유찰 해소 방안’을 위한 정책보고서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기재부 입장은 뭔가요?

[기자]

기재부 관계자는 “KDI 등 예비타당성 수행기관의 검토를 거쳐서 공사비를 반영하고 있는 등 관련 규정을 따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필요한 경우 증액 요구를 통해 사업비가 조정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런데 증액 관련 지침을 살펴보니 ‘설계와 시공과정에서 총사업비가 변경된 원인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라고 적혀있습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객관적인 증명이 어렵고 증액 요구가 반영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유찰이 반복되면 공공사업이 지연돼 결국 국민 불편으로 이어지게 되고 또 예산이 부족한 공사는 안전 문제로 직결되기도 하는데요.

SOC 사업이 주는 공익적인 가치를 감안해 공사비 책정에 대한 기재부의 접근이 달라질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