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2.25 연합뉴스
“지역에서 중소 병원을 운영해본 입장에서 적정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합니다. 최근 2~3년 사이 의사 인건비가 급증했고, 인력 구하기도 훨씬 어려워졌어요. 이렇게 의료 공백이 커지면 지역 주민이 제때 치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경기도에서 100여개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운영한 적 있는 의사 ㄱ씨는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조건부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의대 정원이 늘지 않았는데 고령화로 인해 한동안 의료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줄인다 해도 지금 당장은 늘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증원을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증원 절대 불가’를 고수하는 의협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 목소리도 속속 새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날 의료계에 대화를 제안하며, 의대 증원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협 집행부가 개원의 중심으로 돼 있다”며 “병원도 지역별로 (인력 수급 상황이) 굉장히 판이하고 개원가와도 사정이 달라 (의료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집단 등)가 있으면 효율적인 대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의협 자체 조사에서도 의사 18%는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4010명 중 733명(18.3%)이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그 까닭으로 ‘감염·외상·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공백 해소를 위해’(49.0%)가 가장 많았으며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24.4%)가 뒤를 이었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한 의사도 85명(11.6%)이었다.
같은 의사라도 세대나 직종에 따라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무더기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응답자의 증원 반대 비율은 97.4%에 달한 반면 의대 교수들의 반대 비율은 64.6%로 크게 낮았다. 개원의 집단의 증원 찬성 비율은 21.2%로 교수들보단 낮고 전공의들보단 높다. 연령별로 보면 40살 미만에서 의대 증원 찬성률은 6.7%에 그친 반면, 50대는 25.7%, 60살 이상에서는 28.8%였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가 전날 공개한 소속 교수 201명 설문조사(23~24일 시행) 결과를 보면 의대 증원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외려 많았다. 적정 증원 폭에 대해선 ‘500명’(50명·24.9%), ‘의약분업 이전 수준인 350명’(42명·20.9%), ‘1천명’(10명·5%), ‘2천명’(8명·4%)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반면 ‘증원 반대’는 50명(24.9%)이었다. 성균관대 의대 입학 정원은 40명으로, 정부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소규모 의대’ 가운데 한곳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의협이 받아안지 못한 채 ‘반대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승봉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설문 결과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의협이 (의대 증원) 숫자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위한) 근거를 제시하잔 차원”이라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문제가 발생한 곳이) 대학병원 등인데 의협 비상대책위에는 개원의가 주로 참여하고 교수 등은 빠져 있어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복귀하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가운데, 정부와 의사단체 양쪽이 한발씩 양보해 타협할 것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결정을 하는 데 참고한 ‘의사 수 추계’ 연구자 중 한명인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 등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여해 지방 의대 중심으로 연 500~1천명 범위의 증원을 제안했다. 홍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와 의협이 환자를 볼모로 강 대 강 대치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의료개혁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증원 수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양쪽이 만나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늘릴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email protected] 임재희 기자 [email protected] 김윤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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