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올 들어서만 7% 넘게 오르며(원화 가치 하락), 원화 가치 하락폭이 달러 가치 상승폭인 4.8%보다 훨씬 컸다. 중동 위기 고조,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인한 강달러 현상의 결과라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보다 원화가 더 약세였던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 종가(1288원)보다 7.3% 상승했다. 이는 1990년 이후 같은 기간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올해 원화 가치 하락폭은 달러 가치 상승폭을 웃돌았다. 유로, 엔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4.8% 올랐는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7.3% 올랐다. 원화 가치가 2.5%포인트쯤 더 떨어진 셈이다.
그래픽=양진경
다른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 하락폭은 눈에 띈다. 원화 가치 낙폭을 미국의 26개 주요 교역국과 비교하면 칠레(10%), 일본(9.8%), 스웨덴(9%), 스위스(9.5%), 브라질(8.1%), 아르헨티나(7.6%) 등에 이어 일곱째로 컸다. 이는 우리 경제의 대외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고환율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장중 한때 1400원대를 돌파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1380원대로 내려앉았다가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나선 19일엔 장중 1393원까지 치솟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이 확전하지 않을 경우,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환율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은행 달러 예금은 이달에만 2조원 넘게 빠졌다. 지난 1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558억6560만달러로 지난달 말 대비 2조760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 예금은 대부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자 대거 달러를 원화로 바꿔 환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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