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한국 돌아가고, MVP 푸대접까지…뿔난 보라스 "FA 시장이 왜 이래, 11개 팀이 지출 줄였다"

류현진 한국 돌아가고, MVP 푸대접까지…뿔난 보라스 “FA 시장이 왜 이래, 11개 팀이 지출 줄였다”

[OSEN=이상학 기자] FA 대박의 꿈이 날아갔다. MVP 출신 강타자 코디 벨린저(29)가 시카고 컵스에 잔류하면서 사실상 FA 재수를 택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72)에게도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을 두고서도 “내년(2024년)에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던질 것이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지키지 못한 말이 되어버린 보라스로선 시련의 시기다.

벨린저는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 컵스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FA 계약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전날(28일) 3년 8000만 달러에 매년 옵트 아웃이 포함된 조건으로 FA 계약이 발표됐고, 이날 자리에는 제드 호이어 컵스 야구운영사장과 에이전트 보라스가 양 옆에 동석했다.

2017년 내셔널리그(NL) 신인왕, 2019년 MVP를 수상하며 LA 다저스에서 이른 나이에 전성기를 구가한 벨린저는 그러나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쳐 3년 연속 바닥을 기었다. 결국 2022년 시즌 후 다저스에서 논텐더로 풀린 뒤 컵스와 1년 1750만 달러 계약으로 재기를 노렸다. 다년 계약을 제시한 팀들도 있었지만 FA로 승부를 보기 위해 1년 계약을 택했고, 벨린저는 130경기 타율 3할7리(499타수 153안타) 26홈런 97타점 20도루 OPS .881로 부활했다. 중견수, 1루수를 넘나들며 수비에서의 가치도 재확인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잘 진행됐다. 호기롭게 FA 시장에 나오면서 2억 달러 이상 대형 계약을 바라봤다. 그러나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같은 대형 FA 선수들이 계약한 뒤에도 벨린저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몸값이 예상보다 너무 비싸 하나둘씩 발을 빼는 구단들이 나왔고, 시장 관심이 식어버리자 가격도 폭락했다.

2월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뒤에도 미계약 신분으로 남았고, 결국 2월이 지나기 전 벨린저가 ‘항복’을 선언했다. 원소속팀 컵스로 돌아가면서 또 한 번 FA 재수를 택했다. 3년 계약이지만 시즌 후 옵트 아웃으로 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다.

오타니를 제외한 타자 FA 중 최대어로 평가됐지만 KBO리그에서 건너온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6년 1억1300만 달러)보다 못한 조건으로 벨린저가 푸대접 받을 줄은 누구도 예상 못했다. 이번 오프 시즌의 가장 큰 패자라 할 만하다.

기자회견에서 벨린저는 “이곳에 오고 싶었다. 다시 컵스로 돌아오고 싶었다. 작년에 우리는 플레이오프에 정말 가까웠다. 그래서 이 팀에 다시 돌아오는 게 중요했다.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움이 되고 싶다. 난 리글리필드를 정말 좋아하고 팬들도 사랑한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시카고 생활을 즐겼다”며 컵스와 재계약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장기 계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감을 완전히 감출 순 없었다. 그는 “장기 계약을 생각했고, 궁극적으로 그게 목표였다. 보라스와 계속 이야기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했다”며 “모든 것들이 잘 풀려 기쁘다. 물론 더 긴 계약도 생각했지만 이 모든 것이 매우 흥분된다”며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류현진이 한국으로 돌아간 가운데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맷 채프먼, J.D. 마르티네스 등 보라스 핵심 고객들이 여전히 FA 시장에 미계약 신분으로 남아있다. 보라스는 “현재 시장에는 약간의 불규칙성이 있다. 야구계가 기록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도 1년 전보다 지출이 줄어든 팀이 11개 가까이 된다”며 돈을 쓰지 않는 구단들이 시장을 경색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 ‘스포트랙’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18개 팀이 리그 평균보다 낮은 지출을 하고 있다. 14개 구단의 지역 TV 중계권을 갖고 있던 밸린스포츠 모기업 다이아몬드스포츠그룹 파산 문제로 주요 수입원이 끊긴 구단들이 지갑을 시원하게 열지 않은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관계 없이 다저스에서 마지막 3년간 극심한 하락세를 겪은 벨린저에 대한 ‘물음표’가 더 큰 이유로 지적된다. 지난해 반등하긴 했지만 1년 갖고 장기 계약을 안겨주기엔 리스크가 따른다. 이에 보라스도 전략을 바꿔 장기 계약보다 옵트 아웃이 포함된 단기 계약을 추진했다. 그는 “FA는 칠면조와 온도계 같다. 온도가 어떤지 직접 들어가 확인하고 평가해야 한다. 나와 벨린저는 몇 가지 방식으로 이 문제를 살펴봤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계획을 세워야 했고, 여기엔 유연한 단기 계약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벨린저를 값싸게 눌러앉힌 컵스로서도 나쁠 게 없다. 3년 계약으로 부담이 크지 않고,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만큼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크레이그 카운셀 컵스 감독도 “우리는 정말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 벨린저는 여러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좌타자로 이미 검증이 된 선수다. 중심 타선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며 벨린저 복귀에 기쁨을 표했다.

그래도 컵스 팀 동료들이 벨린저의 복귀를 원했고, 구단에서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봤다. 호이어 사장은 “벨린저가 1년 만에 팀 동료들과 팬들에게 그 정도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 중요하다. 그가 야구를 하는 방식도 환상적이지만 경기장이나 클럽하우스에서 보여준 태도도 훌륭했다. 그를 다시 데려왔으면 하는 열망이 그렇게 큰 것이 놀랍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벨린저는 올해 연봉 275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에는 2750만 달러 선수 옵션에 25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이 따라붙는다. 2026년에는 2500만 달러 선수 옵션과 50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이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옵트 아웃을 행사하면 1년 3000만 달러 계약이다. 2년차 시즌 후 옵트 아웃을 하면 2년 6000만 달러 계약이 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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