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6일 서울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서대문구 취업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49.4세, 만 55~79세 고령층 인구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나이(지난해 5월 기준)다. 10년 전 평균 퇴직 연령인 53세보다 크게 낮아졌다. 그만큼 일자리를 그만두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4050대 중장년 직장인, 퇴직자들이 늘고 있다.
29일 쿠키뉴스와 만난 서모(40)씨는 최근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다. 퇴직 전 짬짬이 시간을 내 대학원을 졸업하고 각종 자격증을 땄다. 김씨는 “100세 시대인 만큼, 퇴직 후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며 “사업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퇴사가 또 다른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42)씨는 업무 전문성 확대를 위해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올해 목표는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퇴직 이후의 경제적 부담감은 이씨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이씨의 희망 근로연령은 50세다. 연구직으로 일하는 김모(42)씨는 현재 직장을 다니며 창업 자금을 모으고 있다. 이와 동시에 수상스포츠 관련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업종을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희망 근로연령은 70세다.
퇴직 후 소득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인생의 재도약을 위해, 각각의 이유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4050대가 적지 않다. ‘경제 허리’로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가 퇴직 이후를 걱정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통계청의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 인구는 평균 73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법정 정년(60세)보다 13년 더 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층에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49.4세, 은퇴 나이(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는 55세다. 고령층이 일하고 싶은 연령보다 훨씬 빠르다.
노후에 대한 경제적 준비를 시작한 시기는 평균 45세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이 낮은 사회초년생을 지나 업무를 배우고 시간이 지나 안정적인 고지에 오를 때쯤 노후 준비를 시작하면, 얼마 가지 않아 평균 퇴직 연령에 도달하는 셈이다. 특히 내 집 마련과 자녀 학자금 등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지만, 기업에서는 고용 유지에 가장 부담이 큰 세대다. 이 시기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40대가 국가 경제활동에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들의 일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세대별 고용지표 추이를 분석한 결과, 5년간 전체 취업자 수가 136만4000명 늘어나는 동안, 40대 취업자 수는 반대로 46만9000명 줄었다. 전경련은 “40대 인구 중 절반 이상(56.0%)은 가정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 이들의 일자리 위협은 가계소득 감소, 소비지출 위축, 내수 악화 등 악순환을 야기해 국가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4050대 재취업 지원 나선 서울시
서울시는 중장년 일자리 특화사업인 ‘서울런 4050’을 지난해부터 시행, 4050대라는 ‘경제 중심축’ 지키기에 나섰다. 자치단체가 4050대를 대상으로 이런 사업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그간 청년이나 노인을 위한 (서울시) 정책은 많았지만 중장년 정책은 부족했다”며 “4050의 가장 큰 고민인 ‘직업 안정성’과 ‘노후 준비’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5060대를 중심으로 교육 지원을 하던 서울특별시50플러스재단도 40대까지 지원 영역을 넓혔다. 또 서울런 4050과 연계해 중장년의 직업 전환, 재취업을 돕는 4050 직무훈련 과정을 올해 신설했다.
4050대의 재취업·이직·취업 교육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재단에 따르면 ‘4050 직무훈련’ 중 지난 23일 마감된 ‘약국사무원 양성 사업’에는 30명 모집에 337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1대 1에 달했다. ‘스마트폰 활용 지도자 과정’ 경쟁률은 5대 1, ‘파파크루 드라이브 양성 과정’ 경쟁률은 2대 1이다. 이 외에도 재단은 웨딩플래너, 역사문화체험강사, 디지털 금융교육 강사, 병원행정사무원, 소자본 온라인 마켓 창업, 패션 샵매니저 등 다양한 부문을 모집한다.
김가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책임은 “현재 모집 중인 병원행정사무원 양성 과정도 (약국사무원과) 경쟁률이 비슷하다”며 “정규직 또는 4대보험이 적용되는 직무 같은 경우는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서류 심사에서 채용 조건에 맞거나 실제 채용돼 근무까지 하기를 원하는 신청자들을 우선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 측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 운영 당시에도 약국사무원 양성 과정 등은 참여자들, 특히 경력 단절 여성 사이에서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오정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책임도 “은퇴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평생 직장이 없어지면서 퇴직 이후를 준비하려는 40대가 많아졌다”며 “40대는 청년이나 중장년 정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고 설명했다. ‘낀세대’인 40대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돕는데 의미가 있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임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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