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은 한 촬영팀이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육교에서 시민 통행을 통제한 채 쵤영하고 있다. A씨 제공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으로 향하던 30대 A씨는 육교를 건너려다가 가로막혔다. 한 촬영팀이 육교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21일 “당시 빨리 역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멀리 돌아서 가게 돼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촬영은 구청의 사전 협조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영상을 촬영하려면 공문이 필요한데 3월에는 관련 문의 사항이 없었다”며 “구청이 협조해도 시민들의 도로 이용에 방해가 있어선 안 된다”고 답변했다.
촬영 허가를 받지 않고 특정 장소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찍는 이른바 ‘도둑 촬영’ 탓에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매뉴얼에 따라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영상물 촬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규정 위반 시 단속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구 남산공원은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의 허가를 받아야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사진작가 B씨(31)는 “남산공원은 여러 가지 촬영이 자주 이뤄지는 곳이라 공원 차원에서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 편”이라며 “그런데도 허가받지 않고 졸업 영화를 찍는 학생이나 영상 촬영자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도둑 촬영이 반드시 법적 제재를 받는 건 아니다. 서울영상위원회에 따르면 도로에서의 촬영은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가 있어 사전에 경찰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인도·육교 등 보행로의 경우 촬영과 관련한 법적 조항이 없다. 각 지자체 등은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 관내 촬영 전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위반 시 처벌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지자체들은 도둑 촬영을 현실적으로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는 영상산업 진흥을 위해 필요한 비공식적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출근길에 촬영 때문에 통행이 안 된다는 민원을 받으면 구청 직원이 현장에 가서 행정 계도를 하는 정도”라며 “통제 없이는 촬영 진행이 어렵다 보니 촬영하는 분들이 허가 없이 임의로 통행 제한을 강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촬영이 많이 이뤄지는 장소는 지자체에서도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두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딱히 매뉴얼이 없다”며 “특히 육교나 인도는 국가 소유라 촬영 허가를 받을 주체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영상업계에서는 도둑 촬영 관행 개선을 위해 지자체 매뉴얼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상 프리랜서로 일하는 C씨(25)는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다 보면 보행로가 영상에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에서 촬영 가능 시간대를 정해두거나 장소 대여료를 받는 방법 등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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