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출근해도 된대요" 日 신입직원한테 부모 사인받는 이유

최근 일본 취업시장에서는 신입 채용 합격자를 대상으로 부모님 동의를 받는 이른바 ‘오야카쿠(親確)’가 확산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일본 사회의 단면인데, 채용 단계에서부터 구직자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의 반대도 차단해 신입 인재의 이탈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28일 NHK는 취업정보사이트 마이나비를 인용, 지난달 신입 내정자 부모 중 기업으로부터 연락받았다는 부모는 52.4%로 6년 전 17.7%보다 대폭 늘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졸업 전 구직활동에 나서고, 졸업 후 입사할 곳을 결정하는 것을 내정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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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야카쿠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내정자 부모님에게 회사에 대한 안내를 담은 팸플릿 등을 함께 송부하는 것부터 시작해 부모에게 자녀의 취업에 동의한다는 입사 서약서를 받아오는 곳도 부지기수다. 서약서에는 보호자 서명란과 함께 ‘제출 후 정당한 이유 없이 입사를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곳도 많다.

인사팀이 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곳도 있으며, 채용 페이지에 부모용 페이지를 개설하는 기업부터 내정자들을 위한 식사 모임 자리에 부모를 같이 나오게 하는 회사까지 등장했다.

기업 채용 시스템을 만드는 업체 프로커밋에 따르면 오야카쿠는 내정자의 이탈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부모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합격을 취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커밋은 부모에게 ‘회사가 파산할 우려는 없는가’라는 문의부터 “부모님이 확인해보라고 했다”는 합격자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며 자녀와 부모 관계가 이전과 비교해 많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나비가 올해 입사 결정 시 상담 상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아버지나 어머니’가 61.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모님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을 뜻하는 ‘오야오리’도 생겼다. 오사카의 한 IT 기업은 지난해 12월부터 내정자와 부모가 함께 직장을 둘러보고 회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설명회를 열고 있다. 평일 저녁에 행사를 해 실제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선배와 함께하는 친목회 행사도 마련했다.

이같은 오야카쿠와 오야오리는 부모에게 자녀가 믿고 다닐 수 있는 회사라는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켜, 입사 이후 이직을 막는 효과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부모와 자녀가 원하는 직장이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20대를 중심으로 대기업보다 성장 가능성이 있고 근무 형태가 유연한 벤처기업 등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생겼는데, 부모들은 여전히 대기업 등 안정적인 기업을 중시해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마이나비 조사에서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직은 60% 이상의 부모가 찬성했지만, 벤처기업 취업은 11%만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기업이 합격자 부모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신입 모시기에 나서 채용자 한 명이 여러 곳에 합격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가겠다고 내정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세가와 요스케 마이나비 연구원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학생 인구가 줄면서 채용 시장은 판매자에게 유리하게 변했다”며 “여기에 부모와 자녀 관계가 보다 가까워진 것도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찬성이 오히려 내정자의 입사 의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야오리를 시행하는 기업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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