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인 크리스티나 발란은 최근 항암 화학요법을 마쳤다
지난 10년간 일론 머스크 CEO와 테슬라를 상대로 싸워온 내부고발자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회사 측의 공개적인 사과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형 테크 기업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울컥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화상 인터뷰가 끝날 무렵, 전직 테슬라 엔지니어였던 크리스타 발란이 아주 극적으로 가발을 벗고 눈물을 흘리며 최근 유방암 항암 화학요법을 마쳤다는 소식과 함께, 싱글맘으로서 자신의 삶과 명예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했을 땐 그 감정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발란은 테슬라의 억만장자 CEO인 머스크를 향해 “나는 내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 머스크 CEO에게 사과할 수 있는 예의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발란은 오랫동안 사과를 기다려오고 있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발란은 테슬라의 떠오르는 스타 직원이었다.
발란의 공학적 전문성에 경의를 표하고자 테슬라의 초기 S 모델 차량 속 배터리엔 발란의 이니셜을 딴 ‘CB’가 새겨져 있었다. 발란은 그 베터리 쉘을 자랑스럽게 언론 앞에 선보이던 사람이었다.
발란은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며 머스크 CEO와 즐겁게 이야기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꿈꾸던 삶을 살게 돼 기쁘고 성공적인 시간이었다고 했다. 루마니아에서 성장한 발란은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
그러나 2014년, 발란은 테슬라 차량의 브레이크와 관련해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고, 그렇게 해고당했다.
이후 발란은 부당 해고 소송에서 승소했으며, 해당 사건은 미 현지 언론에도 보도됐다.
그러나 이후 테슬라는 언론에 발표하며 발란이 회사 시간과 자원을 개인적인 비밀 프로젝트에 사용했으며, 이는 미국 법령상 불법인 횡령에 해당한다는 장문의 성명을 발표했다.
발란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다.
발란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발란 및 언론에 그 어떠한 세부 사항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테슬라 측은 이와 관련한 정보를 요청하는 BBC의 물음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발란은 명예 훼손 혐의로 테슬라를 고소했다.
현재 유방암 3B기에서 약간의 차도가 있는 발란은 이번 소송이 어떻게 끝날지 모른 채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발란이 끈질기게 소송을 이어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아들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의 영웅입니다. 비행기와 자동차를 아는 엄마죠.”
발란은 아들이 엄마가 도둑이었다고 믿으며 자라길 원치 않는다.
크리스티나 발란의 공로를 인정해 초기 테슬라 S 모델의 배터리엔 ‘CB’라는 이니셜이 새겨졌다
발란은 테슬라 직원이었을 당시 자신과 회사가 주고받았던 다양한 대화 내용을 BBC에 보여줬다.
“내가 회사가 심각한 안전 문제를 숨기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모든 게 잘못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발란은 일부 페달 아래로 카펫이 말려 들어가는, 단순하지만 잠재적으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설계 결함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음을 회사에 알렸다.
“운전자가 제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못하면 테슬라 차량 밖에 있는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테슬라 측은 ‘카펫에 문제가 있네요. 그럼 그냥 차량 설계에서 빼주세요’라고 말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 관계자들은 발란의 이러한 우려를 무시한 채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발란은 머스크 CEO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머스크 CEO는 평소 직원들에게 만약 테슬라의 평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에게 직접 말해도 된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발란은 “머스크 CEO에게 2차례 이메일을” 보냈다.
“한번은 [테슬라에서] 퇴사하기 전, 우리 모두가 위협에 처해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래도 머스크 CEO는 테슬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할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발란은 그렇게 해고됐다.
BBC는 발란의 주장을 테슬라에 전달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테슬라의 웹사이트엔 ‘안전은 테슬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테슬라의 차량 설계는 안전 기준 그 이상을 추구합니다.”
한편 테슬라의 또 다른 내부 고발자인 루카스 크룹스키 또한 머스크 CEO에게 테슬라 노르웨이 본사의 근무 환경에 대한 우려를 털어놓은 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발란은 다른 테슬라 직원들은 아마도 “목소리를 내기 두려워할 수 있다”고 했다.
발란의 명예훼손 소송은 미 캘리포니아 제9순회 항소법원에서 담당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소송만이 재직 시절 무고함을 증명할 유일한 기회라는 발란은 “나는 내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소송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제가 얼마나 능력 있는지는 상관없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저에 대해 떠드는 걸 모두가 들을 것이고, 제 커리어는 그렇게 끝이 나겠죠.”
“저는 그런 걸 원치 않습니다.”
발란은 머스크 CEO에게 우려되는 부분을 전달했다
한편 머스크 CEO는 파격적인 리더십 스타일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성과를 내는 리더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2008~2013년 머스크의 ‘스페이스 X’에서 일했던 돌리 싱은 지난 2002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는 “멋진 리더”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멋진 리더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 맞습니다. 머스크와 함께 일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할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미국 로펌 ‘콘스탄틴 캐논’ 소속 변호사 고든 슈넬은 IT 업계에선 점점 더 많은 직원들이 내부고발자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제품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막강하기에” 그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를 전문으로 변호하는 슈넬 변호사는 “기술 제품은 우리 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나 슈넬 변호사는 공개적으로 회사에 의혹을 제기하기 전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다 검토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슈넬 변호사는 “여러 산업 분야에 이미 내부고발자가 취할 수 있는 보호된 채널이 매우 많이 마련돼 있다”면서 “이러한 채널을 통해 이러한 문제에 나설 수 있는 적당한 정부 기관에 이러한 우려 사항을 비밀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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