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 그들은 왜 금배지를 포기했을까

정치권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신인들은 금배지를 한번 달아보겠다고, 기성 정치인들은 가슴에 단 금배지를 놓치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초연한 이들도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이다. 사연은 다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우리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왜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어떤 인생을 꿈꾸는지 알아보았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 2명, 더불어민주당에서 11명의 현역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3명의 불출마 의원 가운데 초선 의원이 7명(김웅 국민의힘 의원, 강민정·김홍걸·오영환·이탄희·최종윤·홍성국 민주당 의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박병석 민주당 의원(6선), 김진표 국회의장(5선), 우상호 민주당 의원(4선), 김민기 민주당 의원·장제원 국민의힘 의원(3선), 임종성 민주당 의원(재선) 등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 그들은 왜 금배지를 포기했을까

총선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 그들은 왜 금배지를 포기했을까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후진적 정치 구조의 한계를 토로하며 지난해 12월 불출마를 선언한 홍성국 의원은 “요즘도 지역구를 다니느라 바쁘다”며 “내가 국회의원에 안 나가는 것일 뿐, 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금은 마무리를 잘하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도 다들 정신없이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까지는 지역 선거랑 중앙당 공약 등에서 역할을 하고, 선거 후에는 21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해서 5월 중순까지는 정신없이 바쁠 것 같다. 그 이후에나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이 아니어서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수 없다”고 한 김웅 의원은 불출마 선언 이후 지지자 등을 만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임기 말까지 입법 활동에 주력할 생각이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안 되더라도 22대 국회나 다음 대선 때 공약 등으로 반영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갖고 법안을 2건 발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건은 인공지능에 대해 법인격을 부여하고 인공지능 거래소를 만드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한 건은 수사권 조정이 엉망인 터라 한국형 FBI 법 제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형 FBI 법에 대해서는 “경찰의 사법경찰과 검찰의 특수수사 파트를 떼서 미국처럼 FBI를 만들고 여기서 수사를 담당하는 것이다. 경찰은 치안과 방범을 책임지고, 검찰은 직접 수사 대신 한국형 FBI의 수사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임기 후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획은 없고, 변호사 사무소 여는 것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역 의원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구를 챙기거나, 그동안 도와줬던 분들에게 인사 등을 드리느라 바쁜 모습이다.

불출마 13인, 그들의 이유는?

총선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 그들은 왜 금배지를 포기했을까

13명의 초선 의원들은 일단 각각 저마다의 이유를 밝혔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과 김진표 국회의장은 정치 일선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박병석 의원은 지난해 은퇴를 밝히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으로만 가능한 것”이라면서 “협치를 만들기 위해 어느 한 당도 전체 의석의 과반을 넘지 않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대를 적대시하는 정치를 깨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밝혔던 김진표 의장은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양당의 공고한 벽을 실감하고 있다. 그는 저출생 문제, 국회 예산심의권 강화 등 남은 임기 동안 숙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202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밝히며 제22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21대 의원 가운데서도, 86세대 가운데서도 빠른 불출마 선언이었다. 다만 그는 국회의원을 그만둘 뿐 정치 자체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장제원 의원은 국민의힘 내부에 불어닥쳤던 ‘주류 희생론’의 첫 희생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들어선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지도부나 중진,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했다. 결단을 요구받았던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냐”며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민기 의원의 불출마는 ‘깜짝 불출마’였다. 그는 “3선 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다”며 “정치 풍토를 바꾸는 일에 누군가는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경기 광주을에서 재선한 임종성 의원은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올리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여러 논란에 억울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지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임 의원은 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당에 불출마 확인서를 제출한 다음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1대 국회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처럼 퇴행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그 책임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오영환 의원은 전 직장인 소방관으로 되돌아가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그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 저의 소망이자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화재 현장 등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관들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비통해했던 그는 다시 시험을 쳐서 소방관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그는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수험생이 될 생각이다.

이탄희 의원은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병립형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이자, 소수정당의 등장이 용이한 연동형을 지켜달라며 의원직을 내던졌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제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겠다”며 “선거법만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간절함 덕분인지, 병립형으로 기우는 듯했던 민주당은 결국 연동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최종윤 의원은 정치를 개탄하며 사회적 합의 등을 끌어낼 사람에게 역할을 넘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정치는 당파성을 명분으로 증오를 생산하고 있다”며 “‘죽이는 정치’, ‘보복의 정치’라는 표현이 과장된 비유가 아니다. 정치에서 말이 대화와 타협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상대방을 공격하고 헐뜯는 무기가 된 지 오래”라며 “분풀이가 아닌 이성으로 하는 대화, 당파적 투쟁에 앞서 민생을 위한 인내, 타협으로 만드는 사회적 합의에 앞장설 분이 제 빈자리를 채웠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의원은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보류’ 대상자로 분류하자 민주당의 후보 검증 절차를 비판하며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주석 기자 [email protected]

오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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