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대규모 군사작전’ 예고…연일 폭격
“더는 달아날 곳 없다” 140만명 죽음 공포 시달려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주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 지상군 진격이 예고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 라파에 연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떨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140만명에 이르는 주민과 피란민이 몰려 있는 라파에선 이날 하루 사이에만 최소 44명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라파를 겨낭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예고하며 피란민 소개 대책을 세울 것을 군에 지시했고, 몇시간 뒤 라파 시내 주택 세 곳이 공습을 당했다.
심야에 진행된 이 공습으로 3개 가족 구성원 28명이 숨졌고, 이중 10명은 미성년자였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생후 3개월 된 아기도 있었다고 한다.
라파 지방자치당국 수장 아흐메드 알수피는 10일 오후에도 한 주택이 추가로 공습을 당해 어린이 3명을 포함,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라파시 당국자들은 이밖에도 두 차례 더 폭격이 이뤄져 현지 경찰당국 고위직 3명과 경찰관 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라파가 작년 10월 7일 자국을 기습공격해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3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마지막 요새라고 주장한다.
지난 4개월간의 전투로 하마스 24개 대대 대부분을 소탕했지만, 라파에 숨어있는 4개 대대를 마저 무너뜨리지 않고는 전쟁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이스라엘의 입장이다.
문제는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지상군을 밀어넣을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가자 민간인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라파에는 가자지구 230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해 있다.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28만명이 사는 소도시였지만,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가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자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선언한 라파로 10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라파의 건물에서 물건을 챙기는 팔레스타인 주민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는 라파에 대한 지상군 투입에 앞서 피란민들을 원래 거주지로 돌려보내는 조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장악한 가자지구 중부와 북부에서 여전히 땅굴에 숨어 저항하는 하마스 무장대원들과 격렬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계획은 현실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더는 달아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세에 노출된 라파의 피란민들 사이에선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전쟁 초기에 자녀를 데리고 가자지구 최대도시였던 가자시티에서 라파로 내려왔다는 피란민 레지크 살라(35)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진입은 학살과 파괴를 의미한다. 이 도시는 한치도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꽉 차 있고,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라파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도 팔레스타인 피란민을 자국으로 밀어낼 경우 40년간 유지해 온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약이 위협받을 것이라면서 결코 피란민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라파에 대한 어떠한 군사행동도 재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라파가 침략 당한다면 수만명이 순교하거나 부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가자지구 북부 최대도시 가자시티에선 이날도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고,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본부 지하로 하마스의 땅굴 네트워크가 지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UNRWA 직원 12명이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들은 UNRWA에 대한 재정 지원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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