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책임 느끼고, 미안해" 끝내 교수도 눈물 쏟은 의전원 졸업식

졸업생 대표 “냉혹한 사회 첫걸음…위기 속에도 얼어붙지 않겠다”

강원대 전기 학위수여식 개최…무거운 분위기 속 57명 졸업장 받아

졸업식서 눈물 훔치는 의전원 교수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금 상황에 책임을 느끼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22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의학대학 백송홀에서 열린 의학전문대학원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의 마지막 인사를 듣던 교수는 눈물을 훔치며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몇몇 졸업생들은 각진 학사모 아래로 표정을 숨기며 함께 눈물을 닦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의사와 의대생들이 반발하며 대치하는 가운데 열린 이날 졸업식은 사뭇 무거운 분위기였다.

식이 열리기 전 의대 앞에서 학사모를 던지며 가족, 친지, 동기들과 기념사진을 찍던 졸업생들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했지만, 이윽고 졸업식에서 총장과 원장의 축사 속 걱정 섞인 말들을 들으며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변했다.

학사모 던지는 예비 의사들

김헌영 총장은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 의료 위기 속에서 여러분의 지식과 열정, 도전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의사라는 직업을 넘어 생명을 구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슴에 품고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병원장과 의전원장도 “의사는 누군가 대신할 수 없는 고귀한 의무”, “의대 정원 증가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어렵게 학업 마친 여러분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축사와 격려사에 졸업생 대표 김모 씨는 “입학한 해에도, 졸업한 해에도 우리는 참 쉽지 않다”며 “냉혹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지금이 두렵고 또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찾아온 위기가 온 세상을 얼리려고 할지라도 우리는 얼어붙지 않겠다”도 덧붙였다.

김씨의 마지막 인사에 동기들은 물론 행사 진행을 담당하던 교수도 눈물을 닦으며 연단에서 잠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졸업 앞둔 예비 의사들

현장에서 만난 졸업생들은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강원대병원에서 일하게 된 30대 졸업생은 “의대 정원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근본적으로는 의료패키지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는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2천명 증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의사에 대한 적개심이 커져 다들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의 졸업을 축하하고자 꽃다발을 들고 온 60대 부부 역시 “다들 열심히 고생해 의사가 돼 축하받아야 할 날이지만 분위기가 그러지 못해 안쓰럽다”며 “정부가 의료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양쪽이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강원대 의대는 의전원 57명과 일반대학원 석사 9명, 박사 3명 등 총 69명이 졸업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할 것을 맹세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하는 의전원 졸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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