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수서~동탄 구간이 다음달 30일 개통한다. 34.9km의 거리를 최고 시속 180km로 달려 20분 안팎이면 닿는다. 올해 하반기에는 운정~서울역 구간이 추가로 개통되고, 2028년엔 서울역~삼성역~수서역도 연결된다.
지난 23일은 수서~동탄 구간의 영업시운전을 시작한 날이었다. 박병노 GTX-A운영 기술계획처장은 “열차 운행 스케줄과 영업 설비 최종 점검, 승무원의 노선 숙지와 업무 숙달 훈련이 주목적”이라며 “철도시설과 차량과의 인터페이스도 최종 확인하고 비상대응 능력도 향상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수서역은 다음달 30일 GTX-A 노선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구간 전체 공정률은 97.5%다. 수인분당선 수서역에 내려 SRT 환승통로를 따라 걸어가면 GTX 홍보관이 나타난다.
지하 1층 대합실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4층으로 내려가니 GTX-A 열차를 탈 수 있는 승강장이 나왔다. 지상에서 40m 깊이다. 운영사에 따르면 GTX 수서역엔 엘리베이터 9대와 에스컬레이터 15대가 있다. 지하철 3호선, 수인분당선, SRT 등과의 환승은 도보 3분정도라는 설명이다.
화사한 분홍색을 두른 승강장은 신분당선 등의 지하철 승강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지난해 9월 열린 시승식은 저상홈인 SRT 승강장을 활용해 두 칸짜리 임시 계단을 이용해 탑승해야 했다. 이번 GTX 승강장은 차량 높이와 같은 고상홈 플랫폼이라 휠체어 이용도 문제없어 보였다. ▷관련기사: [르포]내년 개통 ‘GTX-A’ 먼저 타봤습니다…’지하철보다 조용하네'(2023년9월21일)
패딩 입어도 OK…좌석 분리해 쾌적
열차 내부도 지하철 전동차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좌석 사이에 좌석분리대가 있고, 좌석 위 선반이 없다는 점이었다. 가방을 올려둘 수 없어 불편했지만 머리 위 공간이 확보돼 개방감은 더 느낄 수 있었다. 두꺼운 패딩을 입었는데도 분리대 덕분에 옆 사람과 닿지 않았다.
또 휠체어 이용 편의를 위해 한쪽을 좌석 없이 비워뒀고, 열차 중앙에는 7석의 교통약자석을 마련했다. 차 내부 바닥엔 카펫이 깔린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줄이고자 낮은 높이의 좌석분리대를 설치했다”며 “임산부배려석은 일반 지하철보다 높은 위치에 스티커를 붙여 눈에 띄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열차 출발 직후 창밖을 보니 지하인데도 확실히 빠르다는 게 느껴졌다. GTX 차량의 설계속도는 시속 200km, 운영 최고 속도는 180km에 달한다. 정차시간을 포함한 표정속도는 시속 101km다. 지하철 표정속도가 시속 26km(1호선)에서 40km(4호선)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GTX가 3배가량 빠른 것이다.
속도는 빠르지만 열차가 흔들리거나 시끄럽진 않았다. 오히려 지하철 전동차보다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SRT의 고속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스마트폰 안테나가 한칸으로 뜨는 등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다. 통신사 유·무료 와이파이도 갖추지 못했다. 현재 전기통신 공정률은 98%이며, 미세조정을 거쳐 통신장애를 해결하겠다는 게 GTX-A 운영사 측 설명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차 막히고, 표도 없는 동탄~수서 ’19분에 주파’
수서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성남역에 잠시 선 뒤 동탄역으로 향했다. 반복선(차량운행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선로)에서 회차한 뒤 다시 동탄~성남~수서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1분이었다. 수서에서 성남역만 정차하고 동탄까지 닿는 시간은 19분, 6월말 용인(구성)역이 개통되면 21분이 소요된다.
배차간격은 출퇴근 시간대 15분, 그외 20분 등 평균 17분 정도다. 운영사에 따르면 GTX-A 열차는 하루 왕복 100회 운행할 계획이다. SRT 철로를 대부분 함께 쓰는 만큼 기존 SRT 열차 운행 일정을 최대한 손대지 않으면서 GTX를 운행할 수 있도록 최적의 구성을 해놨다는 설명이다.
박병노 GTX-A운영 기술계획처장은 “동탄~수서 광역버스와 비교할 때 출퇴근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자가운전보다는 50분~1시간가량 단축 가능하다”며 “성남, 용인을 무정차 통과하는 SRT(15분)보다 GTX가 오래 걸리긴 하지만 동탄 거주민 외에도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열차는 8칸 1편성으로 구성돼 한번에 1062명의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다. 혼잡도 100% 기준이다. 실제 출퇴근 시 혼잡도는 신분당선 수준(133%)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혼잡도가 226%(작년 10월, 김포시 집계)다.
GTX-A는 혼잡도 관리방안으로 역사 내 시니어 안내요원 등 17명의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정차시 출입문을 열고 닫는 시간은 30~35초로 운영하되 혼잡도에 따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GTX-A 이용요금은 수서~동탄 편도 4000원 중반, 왕복 9000원 선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교통비 환급 제도인 K-패스와 연계하면 20~53% 할인 받을 수 있다. 1개월 20일 출퇴근한다면 8만5000~14만4000원이다. 같은 구간 SRT 성인 1개월 정기권은 12만8000원이지만 출퇴근시간대는 대부분 매진이다.
시행사이자 운영사인 SG레일 관계자는 “우리가 제출한 최종 요금안을 국토부가 최종 검토하고 있다. 개통을 앞두고 조만간 고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수서~동탄 GTX 요금, 얼마면 돼?(2023년10월27일)
GTX-A노선 중 삼성~동탄(39.7km) 구간은 재정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 삼성~수서역 구간이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과 함께 추진되고 있어 이 노선 평균 공정률 92%다. 민자사업으로 정거장 6개, 차량기지 6개소가 들어서는 파주 운정~삼성(42.6km) 구간 공정률은 72%다. 이 역시 남은 공사 대부분이 서울역~삼성 구간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순부터 개통 전후 한달간 현장에 GTX-A 비상근무반을 편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3월 셋째주에는 ‘국민참여 안전점검’도 실시한다. GTX를 미리 만나보고 싶은 일반 국민은 오는 26일부터 국가철도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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