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은 17일 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 ‘요원’이 조종하는 F-16 전투기와 인간 조종사가 모는 F-16 전투기가 작년 9월에 실제로 도그파이트(dogfight)를 벌였다고 발표했다. 도그파이트는 두 전투기의 조종사가 육안(肉眼)으로 상대를 볼 수 있는 거리에서 공중 근접전을 벌이는 것을 뜻한다.
미 공군의 테스트조종사 학교와 국방고등연구프로젝트국(DARPA)는 작년에 AI가 조종하는 X-62 비스타(VISTA)와 인간이 조종하는 F-16 전투기가 미 캘리포니아주의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안팎을 스치는 도그파이트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기계학습 AI 요원이 조종하는 X-62A 비스타 전투기가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배면 비행을 하고 있다./미 공군
두 전투기는 음속의 1.5배가 넘는 최대 시속 1931㎞으로 날았으며, 한 때 서로의 간격은 610m까지 좁혀졌다. 서로 공수(攻守)를 번갈아 하고, 서로 마주보며 정면에서 접근하기도 했다. X-62A 비스타는 AI ‘요원’이 자율 조종할 수 있도록, 2인이 탑승하는 F-16D를 개조한 것이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 장관은 “자율적인 공중전의 잠재성은 수십 년간 인정됐지만, 지금까지 현실화는 요원한 꿈이었다. 2023년에 X-62A는 전투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장벽 중 하나를 깼다”고 평가했다.
이번 도그파이트에선 AI 요원이 오작동할 경우에 대비해, X-62A에 인간 조종사 2명이 탑승했다. 그러나 에드워즈 공군기지 측은 “이번 공중전에서 인간 조종사는 한 순간도 안전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그파이트 중에, X-62A 전투기의 AI 알고리듬은 기계학습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해서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는 인간 조종사들이 오랜 시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능적인 판단을 연마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DARPA는 AI 대 인간 조종사 전투기의 근접 공중전은 “항공우주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미 공군은 수십 년간 자율 비행 항공기를 띄웠지만, 기계학습에 의한 조종은 그동안 위험성이 높고, 인간의 독립적인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금지됐다. DARPA 측은 “이제 이 알고리듬을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근접전 당시 인간이 몬 F-16 전투기 조종석에서 본 당시 AI의 전투기 위치(빨간 원)/미 공군 DARPA
DARPA는 2019년에 처음 ‘공중전투진화(ACE)’ 프로그램을 설립한 이래, 계속 AI에 의한 항공기 조종을 실험해 왔다.
2019년에는 ‘시뮬레이터’ 도그파이트 대회에서 한 민간기업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가 F-16 인간 조종사를 상대로 1대1대 근접전을 벌여 5대0으로 승리했다.
당시 도그파이트 시뮬레이션에서 인간 조종사는 미 공군 수칙에 따라 근접전 초기에는 신중했던 반면에, 수상(受賞)한 AI 요원은 종종 근접한 초기에 정밀 사격으로 인간 조종사를 제압하려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AI 요원은 빠른 데이터 분석과 결정으로 기회가 있는 초기에 바로 발사한 반면에, 인간 조종사는 적기의 후미에 붙어 공격할 기회를 노렸고, 정면에서 발사하는 것을 피하고 기회가 있어도 신중한 모습을 취했다고 한다.
이어 2022년 12월 1~16일에는 AI 요원이 처음으로 X-62A를 12회 성공적으로 비행했다. 이 비행에는 두 AI 요원, 즉 미 공군연구소(AFRL)의 ‘자율공중전투작전(AACO)’과 DARPA의 공중전투진화(ACE) 요원이 ‘탑승’했다. 둘은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했다. AACO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 밖의 적을 상대하고, ACE는 육안 거리 내의 근접전을 담당했다. AI는 지금까지 21차례 이상 테스트 비행을 해서 17시간 이상의 비행 시간을 기록했다.
이어 이번에 현실에서 실제로 도그파이트를 성공하기까지, DARPA의 ACE 팀은 지금까지 10만 회 이상 소프트웨어를 수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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