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 아몬드…식물성 대체유를 집에서 만들어봤다

귀리, 아몬드…식물성 대체유를 집에서 만들어봤다

귀리, 아몬드…식물성 대체유를 집에서 만들어봤다

식물성 대체유 인기가 뜨겁다. 하지만 값은 여전히 우유에 비해 비싸다. 루시 셰리프가 식물성 대체유를 직접 만들면 더 저렴한지 알아봤다.

나는 식물성 대체유가 유행하기 전부터 식물성 제품을 마셨다.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우유의 대체품을 찾기 쉽지 않았다. 내가 아침에 시리얼을 먹을 때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는 특정 두유 제품(진하고 약간 달콤한 회색 액체인) 정도였다. 그 외에 다른 어떤 제품이 있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나는 우유의 대체품을 깊게 알아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식물성 대체유는 엄청나게 많아졌다. 인기만큼 논란도 따라왔다. 유럽연합(EU)이 우유와 유사한 이름을 식물성 대체유에 붙이는 것을 금지한 것 등이 그 예다.

지속 가능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영양학과 교수인 아비바 뮤지쿠스는 “(이런 음료들은) 기후 변화를 우려하고 식단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2018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제품 우유 한 잔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같은 양의 식물성 대체유보다 약 3배 더 많다. 그리고 토지 사용은 9배 더 많다.

식물성 대체유의 인기가 폭등했지만, 가격은 여전히 우유에 비해 훨씬 더 비싸다. 커피숍만 가도 우유를 식물성 대체유로 바꾼 카푸치노는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슈퍼마켓에서 식물성 대체유는 갤런당 평균 7.27달러인 반면, 유제품 우유는 갤런당 4.21달러다. (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낙농업 역사가 길고, 그동안 공급망을 매우 효율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지 젖소에서 생산되지 않는다고 해서 식물성 대체유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뜻은 아니다. 식물성 식단의 영향에 대해 연구한 뮤지쿠스는 “모든 식물성 식단이 건강 및 환경 측면에서 동일한 이점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유의 대안으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몬드 대체유는 특히 부정적 평가가 많다.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 아몬드의 80%를 생산하며, 캘리포니아주에서 재배되는 아몬드 한 알에는 4.6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재래식 아몬드 재배 방식은 꿀벌에게도 좋지 않다.

쌀 우유와 코코넛 우유도 문제가 있다. 쌀은 재배 시 물을 많이 사용하는 작물이며, 코코넛은 공급망에 윤리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귀리와 대마씨, 대두 등 보다 환경친화적인 재료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제품 선택에 가격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식물성 대체유가 제조 공정과 포장 때문에 더 비싸다면, 우리가 이를 직접 만들었을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를 직접 실험해 봤다. 결론적으로 집에서 식물성 대체유를 만드는 것은 매장에서 우유를 사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고, 놀랄 만큼 쉬웠다.

나는 음식의 원산지와 재료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도전을 통해 그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 같았다.

와일드카드: 대마씨

나는 대체유 실험을 위해 히피 집단의 상징물인 대마를 선택했다. 이 실험을 위해서는 동네 슈퍼마켓이 아닌 대형 슈퍼마켓에 가야 하는 등 재료를 구하는 데 약간의 노력이 더 필요했다. 편의성 측면에서 대마씨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그동안 마셨던 대마씨 대체유는 항상 묽고 뒷맛이 이상했는데, 집에서 직접 만들면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결과는 “별로”였다. 다음에는 바닐라 추출물을 조금 넣고, 대추야자로 견과류의 고소한 맛을 내볼 계획이다.

하지만 대마씨 대체유는 다른 견과류 대체유와 달리 걸러낼 필요도 없고, 만드는 과정이 매우 간단했다. 블렌더에 씨앗과 물, 소금을 넣고 1분간 돌리기만 하면 됐다.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대마씨 대체유 950ml에 약 6달러가 들었다. 이 정도 양의 대마씨 대체유를 만들려면 껍질을 벗긴 대마씨 113g이 필요한데, 가격은 4.5달러다. 하지만 대마씨를 대량으로 구입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가장 맛있는 것: 아몬드

아몬드는 280g 한 봉지에 12달러 정도다. 나는 찬장에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게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험을 위해 아몬드를 따로 구입하지 않았다.

구운 아몬드를 사용하면 뭐라 말할 수 없는 특별함이 더해진다. 먼저 아몬드를 최소 6시간 동안 물에 불려야 하므로 아몬드를 밤새 냉장고에 넣어뒀다. 다음날, 불린 아몬드와 물을 몇 분간 섞었다. 그런 다음 아몬드에서 물기를 짜냈다. 레시피에는 견과류 전용 봉투를 사용하라고 쓰여 있었지만, 나는 이런 도구가 없어서 키친 타월을 사용했다. 키친타월로 물과 아몬드의 물기를 짜내다 보니 부엌이 지저분해졌다. 다음에는 돈을 더 써서라도 견과류 전용 봉투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아몬드 대체유는 700ml가 조금 안 됐다. 시중에 판매되는 아몬드 대체유 중 저렴한 게 950ml에 4달러다. 더 고급 제품은 829ml에 7달러이므로, 직접 만들어 먹는 건 분명 비싼 편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아몬드 대체유보다 내가 만든 게 훨씬 더 맛있긴 했다. 아몬드는 더 풍부했고, 대부분의 아몬드 대체유가 가지고 있는 이상한 뒷맛이 없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것: 귀리

내가 가장 기대했던 건 귀리 대체유다. 우리 가족은 평소에도 귀리 대체유를 대용량으로 사서 마시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많은 귀리 대체유가 걸쭉한 질감을 내기 위해 잔탄검이나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마뜩잖았다.

귀리 대체유를 만들던 사람이 점액질 물질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나는 사전에 많은 조사를 했다. 귀리는 민감한 재료다. 잘게 부수거나 자른 형태의 귀리가 아니라 압착한 귀리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완벽한 식감의 비결은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다. 귀리는 열을 가하면 녹말처럼 끈적끈적해진다. 또 물에 불리면 안 된다. 아몬드처럼 가공하면 입자가 거칠어지고 미끈거리는 식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많이 섞어도 안 된다. 30초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귀리를 체로 한 번 쳐 사용했는데, 효과가 괜찮았다.

내가 구입한 유기농 귀리는 450g에 11달러였다. 내가 사용한 레시피로 귀리 113g으로 약 710ml의 대체유를 만들었다(체에 거르는 과정에서 약간의 손실이 있다). 내가 평소 사 먹는 귀리 대체유는 1.8리터에 6달러 정도다. 따라서 같은 양을 만들려면 8.25달러가 들어가는 셈이었다. 직접 만드는 게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유기농 귀리를 사용하고 대체유에 들어가는 재료를 조절하는 것이 즐거웠다.

결과가 너무 좋아서 대추를 넣고 소금도 조금 넣는 레시피로도 만들어 봤다. 대추와 소금의 조합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나왔다. 나중에는 초콜릿이나 바닐라를 추가해 볼 계획이다.

직접 대체유를 만드는 것은 재미있는 실험이었다. 소금이나 대추 몇 개로 맛을 조절하는 건 특히 즐거웠다. 물론 이 과정이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내가 요리를 좋아하고, 단순 실험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면 포장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 다른 대체유를 실험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완두콩으로 만든 대체유는 약간 풀 맛이 난다고 들었는데, 다음에는 완두콩으로 만들어 볼지 고민 중이다.

물론 준비에 손이 많이 간다. 전날 밤에 대체유를 미리 만들어놓지 못해서 아침부터 재료를 꼼꼼하게 계량하고 섞느라 분주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뉴욕대에서 식품 시스템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캐롤린 디미트리는 “(식물성 대체유는)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에서 대체유를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재료비 외에 시간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죠. 사람들은 보통 편리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식물성 대체유를 꾸준히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디미트리는 사람들이 집에서 식물성 대체유를 만든다면,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검이나 점도 증진제 같은 첨가물이 없는 대체유를 즐기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그렇듯이, 우리는 대체유를 직접 만드는 것과 슈퍼마켓에서 카트에 귀리 대체유 한 통을 담는 것 중 무엇이 더 시간상 효율적인지 결정해야 한다. 다만 직접 만든 귀리 대체유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먹는 일요일의 아침 식사로는 완벽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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