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돛으로… 연료 필요 없는 ‘우주 범선’ 시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는 지구를 떠나기 위해 제작된 거대 우주선이 등장한다. 파피용으로 명명된 이 우주선은 나비처럼 생긴 한 쌍의 날개를 달고 태양풍을 동력 삼아 먼 우주를 항해한다. 이 소설을 연상시키며 햇빛을 튕겨낸 반발력으로 우주를 항해하는 신개념 우주선이 닻을 올린다. 범선이 바람의 힘으로 바다를 항해하듯, ‘우주 범선’은 돛을 펼치고 빛 입자의 힘을 받아 궤도를 돈다. 저비용으로 장기간 우주 탐사가 가능해 우주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열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우주 돛단배’ 현실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차세대 우주 범선을 오는 24일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쏘아 올린다고 밝혔다. NASA는 지난 수년간 개발해온 ‘첨단 복합 우주 범선’을 전자레인지 크기인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샛’에 탑재해 발사한다. 우주 범선은 지상 1000㎞ 상공의 태양 동기 궤도를 돌게 된다. 우주 범선 발사에는 미국 민간 우주업체 로켓랩의 일렉트론 로켓이 사용된다.

이번 우주 범선은 거대한 삼각형의 돛 4개가 모여 정사각형 모양을 이룬다. 각 변은 9m이고, 총 크기는 80㎡ 정도다. 목표 궤도에 안착하면 네 방향으로 약 7m 길이의 탄소섬유 돛대들이 펼쳐지며 돛이 활짝 펴지는 방식이다. NASA에 따르면, 우주 범선이 완전히 펼쳐지는 데는 25분이 걸린다. 돛은 고분자 소재인 ‘폴리머’로 이뤄져 있고, 두께는 사람 머리카락의 40분의 1 수준인 2.5㎛(마이크로미터)다. 돛은 알루미늄으로 코팅되어 있어 밤하늘의 별처럼 특정 시간대 일부 지역에선 우주 범선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4개의 돛으로… 연료 필요 없는 ‘우주 범선’ 시대

그래픽=김성규

우주 범선의 가장 큰 장점은 목표 궤도에 올라간 뒤에는 추가 연료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우주선은 액체수소나 등유 등 연료를 계속 공급해야 동력이 유지되는데, 우주 범선은 햇빛만 받을 수 있으면 추진력을 얻어 운항할 수 있다.

태양이 우주로 내뿜는 광자(光子·빛의 입자)를 4개의 돛으로 튕겨내면서 움직이는 것이다. 광자의 운동량이 적어 처음에는 추진력이 미미하지만, 우주에 오래 머물수록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 우주 범선이 한 달 동안 햇빛을 받으면 시속 550㎞까지 운항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론상 햇빛을 계속 받으면 광속(초속 30만km)의 10~20%까지 속도가 올라갈 수 있다.

앞서 민간에서 우주 범선을 쏘아 올린 사례도 있다. 2019년 미국의 비영리 과학단체 ‘행성협회’는 우주 범선 ‘라이트세일2′를 발사했다. 이 단체는 베스트셀러 저서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설립했다. 세이건은 1970년대부터 우주 범선에 관한 구상을 밝혀왔다.

각 변 길이가 5.6m인 라이트세일2는 지상 600~700㎞ 고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3년 이상 지구 궤도를 돌다 2022년 11월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기체가 불에 타 사라졌다. 행성협회는 라이트세일2의 우주 탐사 정보를 NASA와 공유했다.

◇우주서 부풀어 오르는 거주 공간도

달과 화성 등으로 이주할 때 사용할 ‘우주 거주지’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 우주 스타트업 ‘맥스 스페이스’가 2026년 시험 발사를 하겠다고 밝힌 팽창식 우주 거주지는 20m³ 규모로, 로켓 내에 압축된 형태로 발사돼 우주에서 풍선처럼 부풀게 하는 방식이다. 지구를 떠날 땐 여행 가방 두 개 정도 부피를 차지하지만, 달이나 화성에 도착하면 비닐 온실처럼 확장시켜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맥스 스페이스는 “우주에서 쓸 거주 공간을 훨씬 저렴하고 크게 만들어야 한다”며 “20~1000m³까지 다양한 팽창식 서식지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목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하는 대형 거주지를 쏘아 올리는 것이다. 이들은 ISS 건설 비용의 0.2%에 불과한 2억 달러(약 2800억원)로 비슷한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