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보수텃밭’ 서초을, 국힘 신동욱 vs 민주 홍익표 ‘혈투'[총선 핫플]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막대기를 꽂아놔도 ‘국민의힘’ 찍지 않을까요?”
총선을 2주 앞둔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을 선거구 일대, ‘보수 불패’ 아성은 여전했다. 다만 지역구 내 재개발 등 이슈 해결이 더딘 만큼 제대로 된 일꾼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서초구 명달공원에서 산책하던 박 모 씨(84)는 “예전부터 여기는 보수 텃밭”이라면서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말만 하지 말고 지역을 위해 한 가지 약속이라도 제대로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서초구에 살고 있다는 박 씨의 고향은 경북 영천시다. 상경할 때부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공약이 계속해서 나왔지만 그동안 살면서 눈에 보이는 변화는 하나도 없었다. 박씨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오만해진다”며 “거대 야당이 독주를 해왔는데 아마 여당도 마찬가지로 그 위치가 되면 더하면 더했을 것이다. 다들 책임 지지 못할 말들을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강남 3구에 속한 서초을은 민주당의 험지 중 험지로 꼽힌다. 지난 1988년 선거구가 신설된 이래 치러진 9번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들은 전패를 기록했다. 서초을은 현역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인 ‘부천을’로 재배치되면서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홍익표 원내대표를 후보로 낙점하며 지지층 확장에 나섰다.
◇ 주민들 부동산·재개발 이슈에 ‘촉각’…사업 구체화 논의는 아직
서초을 선거구 내 포함되는 행정동은 서초1동, 서초2동, 서초3동, 서초4동, 방배2동, 방배3동, 양재1동, 양재2동, 내곡동으로 서울시 내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다. 주민 간 갈등이 첨예한 현안은 없지만 지역 특성상 도심과 달리 녹지가 많아 재개발·재건축 등 굵직한 이슈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서초구 롯데칠성음료 부지 재개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초구의 중심을 가르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상당수 주민이 요구하고 있다. 한남대교를 기점으로 1970년대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분진과 소음 문제로 주민 불만이 많았다. 또 서초구를 두 갈래로 분리해서 도시 개발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경부고속도로 도보 5분 거리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 모 씨(37)는 “고속도로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일단 교통 체증이 심하고 먼지가 많다”며 “고속도로 옆 인도가 좁아서 아이들 등하굣길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주민 정 모 씨(29)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부모님 숙원 사업”이라며 “공사를 시작하면 오래 걸리고 더 불편해질 것 같아 사실 크게 기대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양측 후보들도 이런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있진 않아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남부터미널 이전 △서초형 문화예술복합 콤플렉스 건립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따른 지상 부지에 서초복합레저파크 설치 △서초구 AI 인재 육성 특구화 △서초형 AI안전재난대응시스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언론 인터뷰에서 “서초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큰 그림을 가지고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위를 덮어서 그 위를 공원이라든지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면 서초구는 서울의 어느 지역구도 가지지 못하는 아주 쾌적한 주거 환경과 또는 기업 하기 좋은 그런 소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보수색 짙지만 양당 표차 점차 줄어…40년 ‘아성’ vs 36년 만에 ‘반전’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이기에 신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주민 의견이 많았지만 자질에 대한 지적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20대 권 모 씨는 “보수 레드카펫이 깔린 지역구는 맞지만 언론계에 오래 있다가 공백기도 없이 바로 선거판에 들어온 후보자에게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당적만 보고 뽑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권 씨는 “민주당 험지인 건 맞지만 양당 모두 진정성 있게 선거에 임했으면 좋겠다”며 “당 현수막을 걸더라도 비방용이 아니라 최소한 어떤 공약을 내세운 건지 강조하는 설명을 해야 주민들도 납득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4번 선거 결과를 보면 서초을 여야당 후보자 간 표차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여야당 후보 간 격차는 19대 21%포인트(p), 20대 10%p, 21대 8.6%p에 이른다. 이번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 신동욱 후보 50.5%,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후보 40.3%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HCN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서울특별시 서초구 을 선거구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23~24일 유권자 501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 후보는 50%, 홍 원내대표는 3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적극적 투표층에서도 신 후보 53%, 홍 원내대표 40%로 오차범위(±4.4%포인트) 밖이었다.
이번이 4선 도전인 홍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이 13%p 격차로 뒤지는 이번 서초을 여론조사 결과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이 숫자를 기억해달라. 반드시 뒤집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애초에 양측 후보들에게 별다른 기대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로당에서 담소를 나누던 동네 주민들은 “여기는 볼 것도 없이 국민의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더 잘해서라기보다 그놈이 그놈이라서 그렇다”, “누가 되든 국회의원은 국민들 세금이나 많이 걷으려고 하지 당선되면 지역을 위해 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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