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는 내 발로" 오재원 은퇴식 만행도 참았는데…후배 8명 앞길까지 막을 줄이야

▲ 두산 베어스는 2022년 10월 8일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최종전에 오재원 은퇴식을 마련했다. 당시 오재원은 1부 행사를 마치고 홈팀 더그아웃에 도열해 있는 두산 선수단을 쳐다보지도 않고 3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는 2022년 10월 8일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최종전에 오재원 은퇴식을 마련했다. 당시 오재원은 1부 행사를 마치고 홈팀 더그아웃에 도열해 있는 두산 선수단을 쳐다보지도 않고 3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 두산 베어스

▲ 오재원의 은퇴식 2부 행사를 진행하기 직전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치진은 전원 경기장을 떠났다. ⓒ 두산 베어스

▲ 오재원의 은퇴식 2부 행사를 진행하기 직전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치진은 전원 경기장을 떠났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갈 때는 내 발로 가고 싶었다. 누구에게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 발로 가고 싶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022년 10월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오재원(39)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두산은 그해 일찍이 9위를 확정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최종전이자 홈팬들과 인사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구단은 2007년 입단해 2022년까지 16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활약하고, 주장으로 2015년과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던 베테랑이었기에 오재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은퇴식을 마련해줬다.

오재원은 경기에 앞서 은퇴식 기자회견에 나섰다. 은퇴를 결정한 배경을 묻자 “갈 때는 내 발로 가고 싶었다. 누구에게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 발로 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뼈가 있는 말이었다. 오재원은 선수 생활 말년에 1군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2019년부터 벤치로 밀려나면서 한 시즌에 100경기를 넘기기 어려웠는데, 2021년은 45경기, 은퇴 시즌인 2022년에는 18경기까지 줄었다.

1군에서 기회가 줄면 선수는 당연히 선수 기용 권한이 있는 감독에게 불만을 품게 된다. 당시 두산을 지휘했던 김태형 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사이가 좋을 수가 없었다. 오재원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3년 총액 19억원에 FA 계약을 한 상태였다. 구단은 당연히 옵션을 많이 걸었는데, 1군에서 거의 뛰지 못했으니 옵션도 채우기 어려웠다.

오재원이 감독에게 불만을 품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없었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과 감독의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너무도 자주 봐온 사례기 때문.

김 감독은 은퇴식을 앞둔 오재원에게 “2015년 감독으로 와서 우승을 시켜준 베스트 멤버들은 다 특별하다. 애정도 많이 간다. 본인이 가장 아쉽겠지만, 베테랑을 보내는 감독의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 않다. 감독도 말 못 할 그런 게 있다. 1년도 아니고 몇 년을 같이 했기에 감독도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재원은 기자회견에서 “누구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는 말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했다. 오재원의 은퇴식 행사는 경기 전과 경기 후까지 1, 2부로 나눠서 진행됐다. 1부 행사에서 오재원은 그의 유니폼과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 받았고, 당시 두산과 키움의 주장이었던 김재환과 이용규에게 차례로 꽃다발을 받았다. 이때도 김 감독이 꽃다발 전달 등 행사에 나서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두산 장수 외국인 투수였던 더스틴 니퍼트까지 불러 꽃다발을 전달했는데 감독만 나오지 않았다.

김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지 않은 건 시작에 불과했다. 오재원은 1부 행사를 진행할 때 원정팀이 있는 3루 더그아웃으로 입장했다가 3루 더그아웃으로 빠져나갔다. 홈팀이 있는 1루 더그아웃은 거의 쳐다도 보지 않았다. 김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은 전원 1루 앞에 도열해 오재원이 1부 행사를 마치면 하이파이브와 같은 인사를 나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재원은 1루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3루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원정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있던 홍원기 키움 감독과 일부 코치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1루에 도열해 있던 두산 선수단은 벙찔 수밖에 없었다.

오재원을 이해해 보려던 구단 관계자들도 당시 이 장면에는 혀를 내둘렀다. 이때 1루에 도열해 있었던 한 코치는 “다 기다리고 있는데 왜 3루로 가나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쨌든 오재원은 김 감독을 향한 불만을 이렇게 풀었고, 경기가 끝난 직후 김 감독과 코치진은 은퇴식 2부 행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전원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은퇴식 2부는 오재원과 선수들만 남아 마무리했다.

▲ 오재원은 영장실질심사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해 구급대가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상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고, 결국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 속에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 오재원은 영장실질심사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해 구급대가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상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고, 결국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 속에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 은퇴 당시까지만 해도 두산 팬들의 박수를 받기는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그렇게 은퇴한 오재원이지만, 은퇴 후에는 두산 팬들도 차마 방어를 치지 못할 정도로 구설수에 오르며 경력이 망가지기 시작했다.ⓒ연합뉴스

▲ 은퇴 당시까지만 해도 두산 팬들의 박수를 받기는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그렇게 은퇴한 오재원이지만, 은퇴 후에는 두산 팬들도 차마 방어를 치지 못할 정도로 구설수에 오르며 경력이 망가지기 시작했다.ⓒ연합뉴스

그렇게 떠나는 순간까지 유별났던 오재원은 은퇴한 뒤에도 두산에 폭탄을 던졌다. 오재원은 현재 마약류 복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인데, 두산 시절 후배 선수 8명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두산 관계자는 22일 스포티비뉴스에 “구단은 자체조사를 통해 선수 8명이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구단은 조사 내용을 정리해 이달 초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연실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오재원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주민등록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오재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모두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두산 선수 8명은 이 혐의와 관련됐다. 오재원은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를 복용하다 후배 선수들까지 이용해 대리처방을 받을 정도로 중독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오재원은 수면제 복용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마약을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11차례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오재원은 지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지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지난달 9일 지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한 차례 마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이후 경찰은 오재원의 마약류 투약 단서를 추가로 확인해 지난달 19일 체포했고, 22일 구속한 뒤 추가 수사를 거쳐 검찰에 넘겼다.

수면제 대리 처방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스틸녹스정에 포함된 졸피뎀은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환자의 의식이 없을 때, 환자의 거동이 불편할 때, 병이 지속되어 동일한 처방이 장기화될 때, 교정시설 수용자 정신질환자 치매노인 등 사회적 거동이 곤란할 때와 같은 경우 가족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자에게만 대리 처방이 허용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무지를 이유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는 뜻이다.

▲ 두산 베어스는 끝까지 원클럽맨 오재원을 대우하려 했으나 뒤통수를 맞았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는 끝까지 원클럽맨 오재원을 대우하려 했으나 뒤통수를 맞았다. ⓒ 두산 베어스

다만 특수한 관계인 점을 참작할 수는 있다. 오재원은 팀 내에서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 후배 선수 8명에게 폭력과 폭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대리 처방을 강요했다. 감독도 자기 기분대로 대했던 오재원이다. 1군 주전급 베테랑 선수가 아니면 후배 선수가 오재원의 뜻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선수로 팀 내 입지가 불안한 선수일수록 오재원과 같은 베테랑의 강요를 거절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다.

오재원은 선수 생활 말년인 2021년과 2022년은 대부분 2군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2021년은 1군 45경기, 2022년은 1군 18경기에 그친 채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오재원은 이때 알게 된 후배들을 이용한 듯하다. 구단은 선수 8명의 신원 확인을 해주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 2군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재원에게 대리 처방받은 수면제를 전달한 선수 8명이 추후 어떤 징계를 받을지가 관심사다. KBO는 현재 두산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만 받은 상황이다. KBO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기에 경찰 조사 결과를 먼저 기다리려 한다. 선수 8명은 수사 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고, KBO는 수사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8명 모두 징계가 확정된다면 시즌 도중 한꺼번에 이탈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수사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선수들은 출전이 제한되거나 별다른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조사 결과 선수 8명이 오재원의 강요와 협박에 의해 움직인 사실이 인정된다면 중징계는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법적 처벌을 받는다면, KBO도 법률 자문을 그해 적절한 수위의 징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오재원 직격탄을 맞으면서 팀 분위기도 무거워질 위기에 놓였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단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수 있기 때문. 게다가 두산은 올 시즌 초반 11승15패 승률 0.423에 그치면서 8위로 처져 있다. 1군 선수단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해도 주변이 시끄러우면 선수들도 집중하기 어려운 법이다.

두산은 오재원의 은퇴식 만행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았지만, 그날의 만행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다. 오재원은 은퇴한 뒤에도 본인 멋대로 행동해 후배 8명의 앞길을 막고 있다.

▲ 두산 베어스는 오재원에게 은퇴식을 마련하는 등 원클럽맨의 대우를 해줬지만, 그동안 후배 선수 8명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혐의를 확인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 연합뉴스

▲ 두산 베어스는 오재원에게 은퇴식을 마련하는 등 원클럽맨의 대우를 해줬지만, 그동안 후배 선수 8명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혐의를 확인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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