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미궁'…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씨 실종 사건은?

2006년 6월 종강 모임 후 행방 묘연…단서 못 찾아 막막

87세 아버지 “생사조차 미확인, 도와달라” 호소

18년째 '미궁'…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씨 실종 사건은?

18년째 실종된 전북대 이윤희 씨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2006년 여름 종강 모임 후 행방이 묘연한 전북대학교 수의대생 이윤희(당시 29세) 씨가 올해로 실종 18년을 맞았으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어딘가에 살아있으면 47세의 중년이다.

경찰이 그동안 수십 만건의 통신자료와 우범자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물증이나 용의자를 확보하지 못해 이 실종사건은 또 하나의 ‘영구 미제’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수사가 20년 가까이 제자리에 머물자 딸의 행방을 찾아 전국을 누빈 부모는 16일 경찰의 초동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그날 무슨 일이?’…행방 묘연

전북대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는 2006년 6월 5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자신의 원룸에서 1.5㎞가량 떨어진 덕진구 덕진동 음식점에서 교수, 학과 동료 40여명과 종강 모임을 가졌다.

모임이 끝난 다음 날 6일 새벽 2시30분께 원룸으로 귀가했다.

이씨는 이화여대에서 통계학과 미술 등을 복수전공한 뒤 2003년 전북대 수의대 3학년으로 편입학했다. 졸업까지는 한 학기만 남아 있었다.

경찰은 “당시 (이씨 신변에) 특이점은 없었으며, 모임 후 동기인 남학생 A씨의 배웅을 받으며 걸어서 원룸에 도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원룸에 도착한 이씨는 6일 오전 2시59분께부터 1시간 남짓 데스크톱 컴퓨터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했다.

그러던 중에 검색창에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했으며, 컴퓨터는 오전 4시 21분에 꺼졌다.

앞서 이씨는 실종 나흘 전 학교 근처에서 휴대전화와 지갑이 들어 있는 핸드백을 날치기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귀가 이틀 뒤인 8일 낮 이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학과 친구들과 A씨는 원룸을 찾았으나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A씨와 친구들은 경찰과 119구조대를 불러 현관문 디지털 도어락을 부순 뒤 방 안에 들어갔으나 이씨는 간곳없었다.

당시 방 안에는 이씨가 키우던 애완견 한 마리가 있었으며 방은 몹시 어질러져 있었다고 친구들은 회상했다.

이들은 경찰 지구대 직원의 허락을 받고 방을 깨끗이 치웠다.

하지만 A씨와 친구들이 방 안을 말끔히 청소하는 바람에 경찰은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18년째 '미궁'…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씨 실종 사건은?

18년째 실종된 전북대 이윤희 씨

◇ 미궁에 빠진 수사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실종자 주변 인물 수사와 행적 수사, 탐문수사, 우범자 수사를 병행했다.

경찰은 여대생 실종 이후 연인원 1만5천여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 데 이어 전북대 인근 건지산과 하천, 만화방, 찜질방, 피시방 등을 샅샅이 뒤졌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씨와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등의 적지 않은 제보들도 모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 가족이 범죄 용의자로 지목한 동기 A씨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실종과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종강 모임 후 윤희씨를 집까지 데려다준 A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았지만 ‘진실’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실종 후 단 한 번도 인터넷 계정에 접속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면식범에 의한 범죄 혹은 우발적인 범죄 피해, 생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수사를 펼치고 있지만 단서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애타는 가족…원룸 함께 온 동기 의심

이씨의 아버지 동세(87)씨는 경찰 수사가 제자리에 머물자 그때부터 지금까지 직접 발로 뛰며 딸을 찾고 있다.

‘반드시 살아있으리라’는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잡고 ‘이윤희를 아시나요?’라고 새겨진 셔츠를 입고 명함 크기의 작은 카드를 만들어 전국 곳곳을 누비며 딸의 행방을 묻고 있다.

그는 아직도 딸의 수의대 동기 A씨를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다.

종강 모임에서 A씨가 실종 당일 딸의 마지막을 목격했고, 실종 이후 동기들과 딸의 자취방을 청소한 사람이라는 점 등 때문이다.

이동세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나이가 거의 90살이고 건강이 좋지 않아) 직접 딸을 찾을 기회가 이제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라며 “그래도 사력을 다해 윤희를 찾겠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부터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가족들이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18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어려움이 있겠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건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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