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골프 용품을 제일 싸게 만드는 사람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티맥스 무광 비비드 골프공을 들고 포즈를 취한 울프골프 진형석 대표. /더비비드

가족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부모 세대가 수 십년간 일군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물려 받으면 시행착오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의 일환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골프용품 유통 및 제조사 ‘울프골프’의 진형석 대표(30)는 보장된 성공 대신 시행착오를 택했다. 진 대표의 아버지는 연 매출 40억원 규모의 골프용품 업체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후계자 대신 창업가가 됐다. 진 대표를 만나 창업을 선택한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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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가성비 좋은 골프용품 브랜드

울프골프의 인기 상품 중 하나인 바이트 골프장갑. /울프골프

울프골프는 골프 연습용품, 필드용품 등 70여가지 골프 용품을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젊은 골퍼를 겨냥해 디자인이 예쁘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두루 취급한다. 대표상품은 티맥스 골프공과 골프 거리측정기 지니 파인더, 바이트 골프장갑 등이다.

티맥스 무광 비비드 골프공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색감과 무광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이 특징이다. 332개 딤플이 드라이버 샷의 공기 저항을 줄이고 체공 시간을 늘려 비거리를 극대화한다. 30구 세트로 가성비템으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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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실용적이라 인기가 많은 지니 파인더. /울프골프

지니 파인더는 레이저 송수신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재는 방식의 골프 거리 측정기로 0.3초만에 거리측정을 끝낸다. 슬로프의 높낮이를 측정해 보정된 거리를 정확하게 안내한다. 초보 골퍼부터 실력자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타사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이 좋다고 입소문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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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골프 프로 대신 사업을 택한 이유

(왼쪽부터) 실용댄스 전공 시절 찍은 사진, 미국 플로리다에서 골프 레슨을 받는 모습. /진형석 대표 제공

진형석 대표는 재주가 많다. 춤을 잘 춰 예술대학에서 실용댄스를 전공했다. 골프 실력도 70~80타 정도로 수준급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골프를 배웠는데, 한 때 프로 준비를 고민할 정도로 진심이었다.

다재다능한 그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아버지였다. “사업가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20년 넘게 골프용품 제조업체 티맥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골프 매트를 카카오VX 같은 유명 연습장에 남품하고 있죠. 평소에 아버지 사업을 많이 도와드렸는데요.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할 때 아버지 일을 제대로 배워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골프도 좋아하고,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에 흥미를 느꼈거든요.”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했던 시절 전시회장에서 바이어와 촬영한 사진. /진형석 대표 제공

아버지 회사의 영업 담당자로 입사했다. “연습장이나 오프라인 골프 용품점을 대상으로 영업을 다녔어요. 마주하는 분들의 연배가 높아서 그런 걸까요. 초반엔 하대받기 일쑤였습니다. 어린 놈이 뭘 아냐며 면박하는 부도 많았죠. 별다른 방도는 없었어요. 무시하고, 부딪히며 거래처와 신뢰를 형성했죠.”

버틴 보람이 있었다. “해외 전시회를 많이 다녔는데요. 제가 부스에서 상담을 하면 매출이 확 올랐습니다. 전시회에서 신제품도 많이 발굴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가정용 스크린 골프를 들여서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싱의 매력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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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골퍼 위한 골프용품 브랜드 론칭

진 대표는 2019년 울프골프를 설립했다. /더비비드

2019년 홀로서기를 결심하고 골프용품 제조유통사 울프골프를 설립했다. “아버지와 의견 충돌이 잦았습니다. 가족 사이가 그렇잖아요. 지향점과 각자의 능력이 달랐거든요. 저는 영업력과 센스가 좋은 편이었어요. 항상 골프 시장의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웠죠. 과거 골프는 오래된 이미지가 있었는데 청년 골퍼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골프 시장이 달라졌어요. 제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이 골프를 더 재미있게 칠 수 있는 용품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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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의 기본 매출원부터 소싱

미국 전시회장에서 소싱 후보 물건들을 촬영한 사진. /진형석 대표 제공

울프골프의 꾸준한 성장세의 비결은 스테디셀러부터 확보하는 것이다. “창업 후 가장 먼저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판매했습니다. 치밀하게 공부한 뒤 영업을 했어요. 8차 발주까지 들어와 10만개 이상을 팔았습니다. 그때 번 돈으로 미국 브랜드 투어티의 티꽂이 총판권을 확보했어요. 당시 한국 시장에서 티꽂이는 골프장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요. 비거리가 증가한다는 소구 포인트를 전면으로 내세웠더니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티꽂이 세트의 흥행으로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했죠.”

흔한 제품도 약간의 변주만 주면 효자템이 될 수 있다. “아버지 회사인 티맥스의 골프공도 잘 나갑니다. 골프공은 마진 싸움이에요. 가격경쟁력과 물량으로 승부하는 제품이죠. 티맥스 골프공의 경우 중국 제조 공장과 오랜 협력 관계 덕분에 타사 골프공 대비 약 20%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골프공 세트는 한 팩에 8개가량 들었는데요. 저희는 30개 세트를 기획했습니다. 골퍼들이 공을 자주 분실하는 특성에 주목한 거죠. 공장 입장에서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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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깃의 행동을 분석한 상품 기획

(왼쪽부터) 울프골프 퍼팅트레이너, 원매트2, 펏조이. /울프골프

제품을 기획할 때 근 3년간의 판매 추이와 광고 성과를 참고한다. 골프 용품의 성수기는 4~6월 3달이지만 1년 전부터 이 시기에 대비한다.

이 때 중요한 건 소비자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이다. 예컨대, 계절이나 소비자를 타지 않는 기본 제품은 추가 매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투원 매트2는 공 하나로 무한 연습이 가능한 숏퍼팅 연습기입니다. 골프 용품 브랜드라면 기본적으로 취급해야 할 기저 제품이죠. 이런 제품은 다른 제품 때문에 유입된 소비자의 추가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타깃의 연령도 고려 대상이다. “티맥스 파크골프 퍼팅트레이너는 파크골프를 즐기는 어르신을 위한 가정용 연습기입니다. 요즘 파크골프 인구가 늘었습니다. 지자체에서도 파크골프장을 설립하는 추세죠. 백세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골프 대비 가격 부담도 적은 편이니까요. 펏조이는 퍼팅연습 시뮬레이터로, IT 제품에 익숙한 젊은 층을 겨냥했습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TV에 띄워서 본인의 스윙을 확인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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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하우 쌓아 제품 개발에 도전장

지니 파인더를 들고 포즈를 취한 진 대표. /더비비드

회사를 안정 궤도로 올리니 제품 기획에 욕심이 생겼다. 10만원 대 골프 거리 측정기 ‘지니 파인더’를 개발한 배경이다. “그동안 출장, 전시 현장에서 다양한 거리 측정기를 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상품군이라 시중의 유명한 제품을 다 써봤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아버지와 중국 출장 중 지니 파인더의 원형을 발굴했습니다. 디자인이 예뻤고 성능이 마음에 들었어요. 목표물 설정 0.3초만에 경사도까지 감안한 거리를 안내할 만큼 빨랐죠. 가격은 타사 제품보다 저렴했고요. 다만 젊은 골퍼들의 지갑을 열려면 1%의 무언가가 더 필요했어요. 업체와 상의해 금형을 변경하고, 색상도 오렌지색으로 변경했습니다. 훨씬 통통 튀고 세련된 외양으로 바꿨죠.”

바이트 골프장갑도 그렇게 탄생했다. “골프장갑은 대표적인 소모품이면서 골프용품 업체라면 꼭 취급해야 하는 제품군입니다. 그만큼 묻히기 쉬워요. 그런데 장갑도 ‘패션’의 일부잖아요. 이왕 만드는 거 예쁘게 만들고 싶었어요. 땀이 나도 쉽게 탈착용 할 수 있게 손등에 벨크로 디자인을 적용했어요. 세련되고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죠. 설계는 골프장갑만 30년 설계한 전문가에게 맡겼습니다. 손바닥 부분에 미끄럼 방지 실리콘을 적용했어요. 클럽이 손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단단하게 지지하죠. 손을 꽉 물어주는 듯한 타이트한 착용감이라 이름을 바이트(bite)라고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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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홍보 및 마케팅, 한 끗 차이가 큰 차이가 된다

골프용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모델 컷을 상세페이지에 삽입했다. /울프골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지니 파인더와 바이트 골프장갑을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예상 목표치의 800% 이상을 달성했다. 바이트 골프장갑의 경우 지금까지 1만2000개 이상 팔렸다. 울프골프의 제품들은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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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비자가 많은 플랫폼에서 골프용품으로 선방한 비결로 ‘색다른 상세페이지’를 꼽았다. “이전까지 골프용품 브랜드는 홍보 모델을 쓰지 않았어요. 상품의 사진만 가득했죠. 저희는 젊은 골퍼가 유입되는 추세에 주목해 상세페이지에 모델 컷을 넣었습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을 먼저 해서 차별화하고 싶었거든요.

지니 파인더의 핵심 기능인 빠른 속도를 강조하는 이미지를 상세페이지에 넣었다. /울프골프

상세페이지 작성 시 소구 포인트를 잘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쁜 이미지가 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면, 논리 정연하고 친절한 설명은 구매 결정의 타당한 이유가 돼 줍니다. 제품의 핵심 기능과 제조 과정에서의 차별점을 간결하되 친절하게 풀어 썼습니다. 예를 들어, 지니 파인더는 거리 측정 속도가 월등하게 빠릅니다.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 사용법이 직관적이죠. 이런 부분을 내세웠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전에 사용했던 거리 측정기보다 훨씬 좋다’, ‘디자인이 예뻐서 골프웨어와 잘 어울린다’는 후기가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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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최고의 시험대

백화점 팝업 현장. /울프골프

아무리 좋은 제품을 발굴 및 개발해도 ‘지불용의’(재화의 구입 희망자가 구입을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최고 금액)라는 선을 넘겨버리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골프 카테고리는 전반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 인식을 깨는 게 중요했어요. ‘타사 제품보다 품질이 밀리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제품’이 되는 게 목표였죠. 열심히 일하며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했습니다. 티맥스에 다녔을 때 연을 맺은 거래처나 전시회에서 알게 된 해외 공장 분들을 설득했어요. 최대한 많은 물량을 주문할 테니 더 저렴하게 공급해달라고요. 대부분이 흔쾌히 승낙했어요. 예전에 열심히 일한 게 다 돌아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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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제품을 시연하는 진 대표. /진형석 대표 제공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영리하게 활용한다. “울프골프의 제품들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유통하는데요. 제품 정식 출시 전 백화점 팝업 행사를 진행합니다. 소비자들이 판매 현장에서 남긴 피드백은 귀중한 자산이 되거든요. 장갑을 착용하고, 파인더를 사용하고 있는 분들에게 제품이 어떻냐고 물어보고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수렴하죠. 전시회 역시 제품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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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가 되지 않아 후회하지 않냐고요

진 대표는 골프웨어 시장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더비비드

자체 제작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골프웨어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년 시즌에 골프웨어 중심으로 자사몰을 리뉴얼할 구상입니다. 모자에 끼울 수 있는 선글라스처럼 참신하면서 편리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대해도 좋아요. 울프골프를 청년뿐만 아니라 젊은 감성을 유지하고 싶은 골퍼라면 누구나 찾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울프골프가 뭐하는 곳이야’를 ‘울프골프 제품 예쁘대’로 바꾸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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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대표는 창업 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형석 대표 제공

주변에서 후계자의 길을 택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냐고 묻곤 한다. 대답은 ‘NO’다. “티맥스에서 일할 때 ‘아버지는 왜 저렇게 생각할까’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이제는 다 공감됩니다. 경영을 해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자금 관리, 직원 관리, 납기일 등 쉬운 게 하나도 없어요. 늘 아버지가 예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힘든 만큼 얻은 것도 많아요. 아버지가 늘 하고 싶어했지만 못했던 해외 총판을 제가 티꽂이 유통으로 해냈잖아요. 아버지의 꿈을 이루면서 동시에 저만의 성과를 낼 수 있어서 매일매일이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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