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李귀국·黃사퇴’ 재확인하며 “민심 민감해야”…수도권 친윤도 용산 압박 가세
친윤계, 비례 공천 공개 비판…韓 “단 한명도 내 추천 없다” 반박
수도권 출마자들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 압박…대통령실 기류 변화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이동환 기자 = 4·10 총선을 3주 앞두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당정 갈등 2라운드’의 갈림길에 섰다.
당정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과 이종섭 호주 대사를 둘러싼 논란의 해법을 두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면서다. 여기에 더해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놓고도 당내 친윤(친윤석열)계가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갈등 전선이 확대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충돌한 데 이어 총선 목전에서 각종 악재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법의 차이가 2차 당정 갈등을 점화시킨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당정은 우선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던 중 해외로 부임한 이 대사에 대한 조치를 놓고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
당은 이 대사의 ‘즉각적인 귀국’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와 있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황 수석의 거취를 놓고는 더욱 입장이 엇갈린다.
앞서 당 지도부는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공개 촉구한 반면,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면서도 사퇴 요구엔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황 수석 거취에 변화 분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황 수석은 이날 외부 일정을 이유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는 참석해 정상 업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이 대사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 이야기는 공수처가 먼저 소환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공수처의 ‘소환’이 먼저라는 점에서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인 셈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공수처 소환 여부와 별개로 이 대사의 귀국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말씀드린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선대위 발족식에서는 “정부와 여당은 오만할 때 감당할 수 없는 큰 위기가 왔었다”, “이번에 지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하고 뜻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될 것” 등 여권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현재 ‘이종섭-황상무’ 사안을 바라보는 당 지도부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발언으로, 수도권 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짙게 배어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장 이날도 김학용·윤상현·최재형·김경진 등 수도권 후보들 사이에서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앞서 수도권에 출마한 김은혜 전 홍보수석과 이용 의원 등 대표적 친윤 인사들도 용산의 결단을 압박했다.
국무회의 모두 발언 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정 간 갈등은 비례대표 공천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핵심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은 전날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호남·당직자가 배제됐다며 “바로잡기 바란다”고 지도부에 촉구했다.
두 번째 비례 공천을 받은 김예지 의원과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 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이 당선권에 포함된 것이나,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주기환 광주시당 위원장이 당선권 밖에 배치된 것을 지적한 것으로 인식됐다.
이 의원의 공개 비판에는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 기류가 투영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도 친윤 중진인 권성동 의원이 “국민과 한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며 호남 인사 등의 배치 순서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 위원장은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불거진 ‘사천’ 논란에 대해 “지역구 254명과 비례 명단 중 단 한명이라도 제가 추천한 사람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누가 사천이라고 했나”라면서도 “(게시글) 글자 그대로 봐달라. 틀린 말 한 게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사천’을 지적한 게 아니라 당직자와 호남 인사들이 당선권에 배치되지 못한 상황을 비판한 것이라는 의미다.
일단 국민의미래 공관위가 이날 회의를 열어 이시우 전 서기관의 공천을 취소한 만큼 향후 논란의 추이가 주목된다.
서대문구 지원 간 한동훈 비대위원장
이번 당정 갈등은 지난 1월 이후 잠복해 있다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엔 김 여사 명품백 의혹 대응을 두고 온도 차를 보이다가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한 위원장이 거부하면서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한 위원장의 김경율 비대위원 마포을 출마 지지를 놓고 ‘사천’ 논란이 불거진 것도 갈등 요인이 됐다.
이후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며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앙금이 이번에 다시 표출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당정 갈등이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출마자는 “당정이 선거 국면에서 갈등하면 절대 안 된다”며 “양쪽이 열어놓고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에선 대통령실의 입장 변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에게 “선거는 기본적으로 당이 치르는 것이지, 대통령실이 치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민심이 이렇다고 하면 대통령실이 좀 물러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의견을 전달한 상황에서 대통령실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수도권 등의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대통령실을 향한 당 차원의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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