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로 뛰어들었던 그 대회에서 작별 인사 준비하는 유소연

호수로 뛰어들었던 그 대회에서 작별 인사 준비하는 유소연

유소연(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LPGA 투어는 제 고향입니다. 투어 생활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함께 성장했습니다.”

한국 여자골프 간판스타였던 유소연(34)이 16년간 뛰었던 정든 필드를 떠나는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유소연은 19일(한국시간)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4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790만 달러)를 은퇴 무대로 택했다.

유소연은 18일 미국 텍사스주 우들런즈의 칼턴 우즈 클럽(파72)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셰브론 챔피언십은 내가 마지막으로 메이저 우승을 한 대회다. 이곳에서 좋은 기억으로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2022년까지 이 대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됐다. 우승자가 캐디 등과 함께 코스 내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로 유명했다. 2017년 연장전 끝에 우승한 유소연도 코스로 다이빙하며 ‘호수의 여인’이 됐다.

유소연은 국내외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중학생 때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땄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0승을 쌓았다. 2011년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6차례 정상(메이저 2승)에 올랐고, 2017년 세계랭킹 1위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건 당시 신지애, 박인비에 이어 유소연이 세 번째였다. LPGA 투어에서 신인상(2012년), 올해의 선수상(2017년)도 따냈다.

2018년 마이어 클래식 이후 LPGA 투어에서 우승하지 못했고, 2020년 한국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게 최근 우승이다.

유소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결심한 첫 번째 계기는 미국에서 매번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커피를 마시러 가는 때였다. 매주 이동하고 호텔방 생활을 하면서 이 행복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 한국에 9개월간 머물면서 오랜만에 안정적인 삶을 느꼈다. 10년 넘게 투어 생활을 하며 항상 짐을 싸고 몇 시에 비행기가 있는지 렌터카를 어떻게 구할 건지 확인해야 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두 번째 은퇴 계기는 경쟁력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유소연은 “나는 경쟁력을 타고난 선수가 아니다. 어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경쟁을 즐기지만, 나는 경기를 한 뒤 매번 너무 지쳤고 그때마다 경쟁은 내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LPGA 투어에서 6승을 기록한 건 매우 감사한 일”이라며 “경쟁을 즐겼다면 6승 이상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불안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선수 생활 경력을 설명하기 위해 한 단어만 골라야 한다면 ‘감사함’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유소연은 “골프는 나에게 많은 교훈을 줬다. 인내심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헌신의 결과가 바로 나오는 건 아니다. 다양한 문화·언어를 접하며 동료들과 우정을 나눈 것도 투어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라고 말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쉬웠던 점은 즐기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유소연은 “우승했을 때도 어떻게 이 타이틀을 유지할지, 또 어떻게 다른 우승을 할지 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승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세계랭킹 1위가 됐을 때도 어떻게 이 자리를 지킬지 생각하기 바빴다”고 털어놨다.

유소연은 제2의 골프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골프 코스 건축에 관심이 있어서 코스를 디자인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프 발전을 위해 더욱더 이바지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는 “8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고 16년 동안 프로 골퍼로 살았다. 내 인생의 전부가 골프였기 때문에 골프가 없는 나 자신은 상상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소연은 은퇴를 선언한 후 많은 사람에게 “멋진 선수 생활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 처음 자신이 자랑스러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 나를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가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자골프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에 “최고가 되고 싶다면 100%를 쏟아부어라. 그런 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해라.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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