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0.72·홍콩 0.77·대만 0.87·싱가포르 0.97이민 정책이 답인가…정부 대책에도 효과 ‘미미’
16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웨딩타운에 위치한 웨딩드레스 전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2년 혼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800건 감소한 19만2000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30만3000건)까지만 해도 30만 건대에 머물던 혼인 건수는 2016년(28만2000건) 20만 건대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19만3000건을 기록하며 10만대로 떨어졌다. 2023.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국 0.72, 홍콩 0.77, 대만 0.87, 싱가포르 0.97, 일본 1.26.”
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 출생률’이 아시아권에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한 국가의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 2.1명의 합계 출산율이 필요한데, 당국의 각종 자구책에도 출산율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이들 국가와 지역에서는 이민 정책을 손보지 않는 이상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단 경고도 나온다. 합계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가임기 여성이 평생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출산율 0.6대 진입 임박…한국의 ‘비혼 선언’ 바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 그 수치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 0.72로 두드러진다.
그 중에서도 수도인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55로 이웃 국가인 일본 도쿄(2022년, 1.04)와 비교된다.
내년 합계 출산율이 0.6대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50년 뒤 한국의 총인구는 현 5156만 명에서 2500만 명 안팎으로 반토막 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다 앞으로 군대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고, 머지않아 북한이 위협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 북한의 출산율은 2021년 기준 1.81로 총인구(2597만명)로,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그 격차는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2021년 1월에 촬영된 싱가포르 도시 전경. 2021.1.2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싱가포르, 출산율 감소에도 총인구는 늘고 있다?
2023년 출산율 0.97을 기록한 싱가포르.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가 592만 명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소폭의 인구 감소만으로도 국력의 쇠퇴로 이어진다는 우려에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2월 싱가포르 행정수반인 리셴룽 총리는 “용띠 해에 태어난 아이는 재수가 좋다. 올해야말로 젊은 부부가 ‘작은 용’을 가족으로 맞이할 절호의 기회”라며 출산을 장려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저출산 원인은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 월세·교육비 급등에 의한 육아 비용의 상승 △ 맞벌이 증가에 따른 일·육아 병행 △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을 연기한 커플의 증가 등이 꼽힌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신생아 부모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베이비 보너스’제도. 싱가포르 당국은 첫째를 출산 시 총액 1만4000 싱가포르 달러(약 1416만원), 둘째 이후부턴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총액 1만 6000싱가포르 달러(약 약 1619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저렴한 공영주택 우선 할당, 난임치료 지원, 가정주부 고용세 경감, 육아휴직 16주 연장(남성의 경우 4주) 등 지원책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책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싱가포르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끝없는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출산, 육아는 커리어 중단의 계기가 된다”면서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이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출산율 저하를 상쇄와 총인구 증가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의 이민 정책 덕분에 싱가포르의 지난해 총인구는 약 592만명으로, 2022년 563만명 대비 30만명이나 증가했다.
◇ 홍콩, 주택난에 청년들 ‘비명’
홍콩의 저출산 요인은 싱가포르와 유사하다. 인구밀도는 1미터(m)당 6793명(일본은 333명)으로 월등하게 높고 주택난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36~40㎡(약 8~12평) 규모 40년 된 주택의 평균 월세가 한화 265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주택난 현상이 심화하는 홍콩에서는 혼인 이후에도 좁은 아파트에서 부모나 형제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또 집은 취침을 위한 공간이지 휴식의 장소로 여겨지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부동산이 투기 대상으로 여겨져 집주인으로부터 돌연 퇴거를 강요당하는 일도 다반사인데다, 생활비도 비싸니 출산율 감소가 불가피하단 지적이 나온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신생아 1인당 2만 홍콩 달러( 약 351만원)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육아 정책이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홍콩 부유층이 모여사는 ‘빅토리아 피크’. ⓒ AFP=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 대만 ‘난자 냉동’ 보조금, 출산율 개선으로 이어질까?
출생률 0.87의 대만. 지난해 출생률은 13만 5571명에 달했던 것에 비해 사망자 수는 20만 5368명을 기록, 약 7만명의 자연 인구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출생률 저하의 원인은 싱가포르, 홍콩과 마찬가지로 주택난·교육비 상승에 따라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전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6세, 여성 30.7세.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타이베이에서는 남녀 평균 33.2세로 평균을 웃도는 양상을 보인다.
대만 정부는 지난 2018년 저출산 대책에 따라 유아를 키우는 가구에 매달 최대 1만3000 대만 달러(약 55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는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대만 일부 도시에서 시작된 ‘난자 냉동’ 보조금이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대만에서는 현재 타이베이시, 신죽시, 타오위안시의 3시가 난자 동결을 희망하는 여성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급 대상이나 액수는 시별로 상이하지만, 신죽시에서는 검사, 난자 동결, 동결한 난자의 관리비 등 각각에 보조금이 지급돼 최대로 총액 3만1000대만 달러(약 131만원)를 받을 수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9개월간 889명의 난자 동결을 신청했고 보조를 받은 90%의 여성이 이 제도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냈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시민들이 대만 총통 후보 대형 현수막이 걸린 길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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